앱으로 만난 사람들… 수영반 회원들… 서로 응원하며 달렸다

입력 2019.04.29 03:00

[2019 서울하프마라톤] 서울하프마라톤, 크루문화 확산

서울하프마라톤 로고 이미지
2019 서울하프마라톤(조선일보·통일과나눔재단 주최)이 열린 28일 아침, 출발점인 광화문 광장엔 같은 옷을 맞춰 입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수십 명 러너를 이끄는 대형 깃발도 눈에 띄었다.

한때 '자신과의 싸움'으로 불렸던 마라톤은 이제 여럿이 함께 달리면서 즐거움을 나누는 축제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올해 서울하프마라톤엔 220여 단체(5인 이상)가 도심을 누볐다. 이들은 "같은 목표로 서로 이해하며 함께 달리니 힘든 건 반이 되고 희열은 배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1만5000명 축제처럼 뛴 서울하프마라톤… 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1만5000여 명이 도심을 달리며 ‘서울의 봄’을 만끽했다. 28일 광화문~상암월드컵공원 코스(10㎞는 광화문~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19 서울하프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마포대교 위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교통 정체 없이 뻥 뚫린 서울 도심을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건 서울하프마라톤 러너들만 누리는 특권이다. 참가자들의 역주를 바라보는 시민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달리기 축제를 함께했다.
1만5000명 축제처럼 뛴 서울하프마라톤… 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1만5000여 명이 도심을 달리며 ‘서울의 봄’을 만끽했다. 28일 광화문~상암월드컵공원 코스(10㎞는 광화문~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19 서울하프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마포대교 위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교통 정체 없이 뻥 뚫린 서울 도심을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건 서울하프마라톤 러너들만 누리는 특권이다. 참가자들의 역주를 바라보는 시민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달리기 축제를 함께했다. /오종찬 기자

이번 대회 35명이 참가한 '크루 고스트'는 요즘 달리기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러닝 크루(crew·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팀을 결성해 함께 뛰는 문화)다. 기존 동호회·클럽보다 개인적인 영역을 존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온 달리기 모임 일정을 확인하고 신청하면 준비 완료. 모여서 달리고 끝나면 흩어진다. 친목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이나 술자리로 이어지는 뒤풀이도 없다. 달리기만을 위해 모였다가 유령처럼 사라진다고 해서 크루 이름이 이렇게 붙었다.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에 달리기 입문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2016년 10월에 앱이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1만2000건 넘게 다운로드됐다.

스마트폰에서 만나 서울하프마라톤에 단체로 참가한 ‘크루 고스트(Crew Ghost)’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출발점에서 몸풀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앱을 통해 달리기 모임 일정을 정하며, 달린 다음엔 뒤풀이도 없이 곧바로 흩어진다고 해서 이름을 크루 고스트라 붙였다.
스마트폰에서 만나 서울하프마라톤에 단체로 참가한 ‘크루 고스트(Crew Ghost)’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출발점에서 몸풀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앱을 통해 달리기 모임 일정을 정하며, 달린 다음엔 뒤풀이도 없이 곧바로 흩어진다고 해서 이름을 크루 고스트라 붙였다. /고운호 기자

크루 고스트 단체 티셔츠를 입고 하프코스에 도전한 최지영(46)씨는 "40대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시작한 러닝 크루에서 함께 달리는 기쁨을 맛봤다"며 "같이 달리면서 교감하는 러닝메이트는 솔메이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10대부터 40대까지 남녀 20명이 나선 '오늘도 달려'는 수영반이 달리기 모임으로 확장된 경우다. 지난해부터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매일 아침 수영을 같이 배우던 동료들이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맨 건, 수영을 넘어 철인 3종(수영·사이클·마라톤)까지 도전하기 위해서다. 조광욱(39) 대표는 "혼자 뛰다 보면 지쳐 포기하게 되지만 함께 뛰면 서로 기운을 북돋아줘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디딜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하프마라톤에 나선 ‘오늘도 달려’ 팀이 출발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스포츠센터 수영반에서 만난 이들은 철인3종에 도전하기 위해 이번 하프마라톤을 준비했다. 그들은 “서로 응원하다보면 어느새 결승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하프마라톤에 나선 ‘오늘도 달려’ 팀이 출발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스포츠센터 수영반에서 만난 이들은 철인3종에 도전하기 위해 이번 하프마라톤을 준비했다. 그들은 “서로 응원하다보면 어느새 결승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운호 기자

같은 야구팀을 응원하는 팬들도 달리기로 더욱 똘똘 뭉쳤다. 이날 7명이 나선 'NC다이노스 서울스트릿'은 창원이 연고지인 프로야구팀 NC의 서울 지역 팬 모임이다. 혼자보다 여럿이 야구 보는 게 좋아 가까워진 이들은 '함께하는 것의 즐거움'에 익숙해졌다. "다 같이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자"는 제안에 7명이 금세 뭉쳤다. 서로 힘을 주고받은 덕에 모두 10㎞를 완주했다.

기업 동호회 중엔 전자 제품의 인증 검사를 대행하는 국가공인시험기관 케이이에스가 눈에 띄었다. 이번 마라톤 최다 인원 참가 단체로 직원과 가족 66명이 10㎞ 코스에 참가했다. 다 함께 완주하는 게 목적이라 모두 10㎞ 코스를 신청해 전원 결승선을 넘었다. 이날 직원들의 티셔츠에는 회사 마크가 인쇄된 손바닥 크기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뛰다가 만나면 서로 격려해주자며 김영래(59) 대표가 낸 아이디어다. 김 대표는 "함께 달리며 결속력도 좋아지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단합 대회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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