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온 날, 청와대 비서실장이 '좋은 지표 알리기' 팀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제 성과를 뒷받침해줄 지표를 찾아내 국민에게 적극 알리겠다는 것이다. 참담한 경제 상황 앞에서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엉뚱하게도 경제 홍보 팀을 만드는 방안을 들고나왔다. 엉망인 경제는 그냥 놔두고 '분칠'만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지금 경제는 좋은 지표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1분기 GDP 성장률(-0.3%)은 10년 만의 최저였고, 설비투자(-10.8%)는 21년 만, 민간 소비(0.1%)는 3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수출이 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고, 경기(景氣) 동행·선행 지수는 무려 49년 만에 처음으로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일자리와 고용, 자영업자·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외환 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악화돼 있다. 도대체 어떤 경제지표가 좋다는 것인지, 정부가 무얼 잘했다고, 무슨 성과를 냈다고 홍보한다는 건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경제 홍보 강화 방침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뜻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해 성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제는 괜찮은데 홍보를 못한다는 질책이었다. 최저임금 쇼크가 경제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도 문 대통령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고, 자동차·조선이 회복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주문했다. 온갖 곳에서 경제 침체의 경고음이 울려대는 속에서도 불과 한 달 전까지 "경제가 견실한 흐름"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그러니 정작 필요한 정책 전환은 하지 않고 홍보 강화라는 엉뚱한 처방이 나온다.

그렇게 잘못된 정보를 대통령에게 입력한 것이 청와대 참모와 경제 부처 장관들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부작용이 나타날 때마다 참모들은 고령화와 인구 구조, 날씨 탓까지 하며 현실을 호도해왔다. "하반기부터 좋아진다"가 "연말쯤 호전"으로 늦춰지더니 "내년엔 성과 나올 것"으로 계속 말을 바꾸면서 눈앞의 위기만 모면해왔다. 심지어 통계까지 왜곡해가며 정책 부작용을 은폐하려고 했다. 그래 놓고 유례없이 참담한 경제 실적 앞에서 홍보 강화 운운하고 있다. 지금 경제가 '분칠'로 가려질 상황이 아닌데도 홍보를 잘하면 된다고 한다. 언제까지 국민을 속일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