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스로 교체, 병상서 결재, 이메일로 법안 제출 '전례없는 작전'

조선일보
입력 2019.04.26 03:03 | 수정 2019.07.26 18:06

[패스트트랙 막장]
與, 한밤 장소 바꾸며 '숨바꼭질 회의'… 한국당, 인간띠 엮어 저지
文의장, 유승민·오신환이 병실 앞 면담 대기때 특위 위원 교체 승인

국회는 25일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상정을 놓고 여야(與野)가 충돌해 극심한 혼란 속에 빠졌다. 상정을 저지하는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을 피해 회의장이 늦은 밤까지 수시로 변경되는 '숨바꼭질'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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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회 본관 7층 의안과 앞에 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진입하려는 민주당 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 의원·보좌진, 취재진이 뒤엉켜 있다. /이덕훈 기자
이날 오후 6시 45분쯤 국회 사개특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합의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움직이면서 국회 의안과 앞은 '전쟁터'가 됐다. 한국당 의원들이 "날치기는 안 된다"며 육탄 저지에 나서자,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정상적인 절차다"라면서 설전을 벌였다. 뒤이어 몸싸움이 벌어지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후 7시 20분쯤 경호권을 발동했다. 팔을 엮어 '인간 띠'를 만들어 대항하던 한국당 의원들과 경위들이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최연혜 한국당 의원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측에서 "도끼 가져와" "민주당 할복하라"는 고함이 나왔다. 한국당의 거센 저항으로 오후 7시 55분쯤 국회 경위들은 물러났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메일 등으로 법안을 접수했다"며 사개특위·정개특위 소집을 공지하면서 또다시 전운이 감돌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으로 안내된 본관 220호실(사개특위), 본관 445호실(정개특위)로 쪼개져 농성했다. 445호실 앞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민주당 2중대 하지 마시라" "무법천지 만든 나 원내대표는 뒤에 숨지 말고 나와서 말하라"면서 고성을 주고 받았다.

25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 입구를 봉쇄하자 채 의원이 '불법 감금 당했다'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채이배, 창 틈으로 인터뷰 - 25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 입구를 봉쇄하자 채 의원이 "불법 감금 당했다"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와중에 민주당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6층에서 기습회의를 시도했지만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한국당 의원들이 나타나 무산됐다. 민주당 소속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한국당 의원이 보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숨바꼭질을 벌였다.

이날 오전부터 오신환 사법개혁특위 위원 사·보임(교체) 문제가 걸려 있던 바른미래당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패스트트랙 반대파 의원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사·보임 신청서를 접수하는 국회사무처 의사과를 봉쇄했지만, 당 지도부가 팩스로 접수하는 우회로를 택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유승민·오신환 의원은 사·보임을 승인하지 말도록 설득하고자, '저혈당 쇼크'로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을 급히 찾아갔다. 그러나 병원 측이 "문 의장 혈압이 높아 안정해야 한다"고 말리면서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유 의원 등이 병실 앞에서 대기하는 사이 또 다른 통로로 국회 의사국장이 사·보임 안건을 들고 가 문 의장의 '병상(病床) 결재'를 받았다. 이 소식을 뒤늦게 들은 오 의원은 "문 의장이 뒷구멍으로 의사국장을 만나서 결재한 행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같은 시각, 패스트트랙 반대가 당론(黨論)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곳곳을 점거하고 있었다. 이날 장인상을 당한 황교안 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조문 오시지 말고 국회 상황에 집중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전 한국당 의원 11명은 오신환 의원 대신 사개특위 위원으로 임명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도 6시간 동안 점거하기도 했다. 여상규 의원 등은 소파를 출입문 앞으로 끌어다 앉았고, 채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10분쯤 경찰·소방서에 "감금당했다"고 신고했다. 채 의원은 동시에 창문 틈으로 고개를 내밀어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 인터뷰에 응했다. 채 의원은 "소파 때문에 문을 열 수도 없고 밖에서도 밀어서 열 수 없어 감금된 상태"라며 "필요하다면 창문을 뜯어내서라도 나가겠다"고 했다.

채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15분쯤 방호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서 사무실을 나설 수 있었다. 채 의원은 엘리베이터와 지하 통로를 거쳐 공수처법 논의가 진행 중인 국회 본관 운영위원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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