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도 바이든 1등… 민주당 '트럼프 대항마' 백인남성 선호

조선일보
  • 정시행 기자
    입력 2019.04.26 03:03

    바이든, 대선출마 공식 선언 "미국 가치·지위, 위험에 처해"
    가상 대결서 트럼프 8%p 눌러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3분 30초짜리 동영상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3분 30초짜리 동영상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고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76) 전 미국 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3분 30초짜리 출마 선언 동영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해) 8년간 백악관에 있을 경우 미국의 정체성을 영원히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기에 나는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동영상과는 별도로 올린 글에서 "이 나라의 핵심 가치, 세계에서의 미국의 지위, 우리의 민주주의, 미국을 만든 모든 것, 즉 미국이 위험에 처해 있다"며 "그래서 오늘 나는 미국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다"고 했다.

    그가 출마 선언을 하기 전인 23일 발표된 폴리티코/모닝컨설트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1대1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42% 대 34%로 트럼프에게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몬머스대학이 실시한 민주당 주자 조사에서도 바이든은 30% 지지율로 1위였고, 버니 샌더스(77) 상원 의원이 27%로 뒤를 이었다. 각종 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치면 20명이 각축전을 벌이는 민주당 표심의 절반을 차지한다.

    바이든과 샌더스는 현재 민주당 주자 중 최고령이자, 기득권의 상징인 '백인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민주당이 정책·이념으론 진보를 내세우지만, 백인·남성 우월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72) 대통령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을 '경륜 많은 백인 남성 주자'에게 지지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트럼프를 미워하면서도 '트럼프 커플링(coupling·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바이든은 여성들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소름 끼치는 조(Creepy Joe)'라는 비판을 받고, 샌더스는 자신이 백만장자이면서 부자들을 비난해온 이중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지지율엔 큰 변화가 없다. 특히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민주당 여성 유권자 중 가장 많은 34%가 바이든을 1순위 주자로 꼽았고, 앞서 퀴니피액대학교 조사에선 여성 67%가 "바이든 미투 논란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반세기 가까이 정치를 해온 '할아버지 주자'들이 여성과 소수 인종, 젊은 밀레니얼 세대의 에너지로 들썩이는 진보 정당에서 인기를 누리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백인 남성'은 미 인구의 30%를 차지함에도 민주당은 2004년 존 케리 이후 백인 남성을 대선 후보로 뽑은 적이 없다. 또 미국엔 "20세기 중반 이래 첫 주요 선출직 공직 진출 후 15년 안에 대통령직을 거머쥐지 않은 경우가 없다"는 학설이 있을 정도로 대선에선 '새 얼굴'을 갈망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 통념조차 거스른다. 뉴욕타임스는 "엘리자베스 워런 등 쟁쟁한 여성 상·하원 의원 6명, 흑인·아시아계와 30~40대 후보 등이 쏟아져 선거판 자체는 사상 최고로 다원화됐는데, 주류는 완전히 모순되는 흐름"이라고 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NYT가 최근 민주당 밑바닥 표심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유권자들은 나이·성별·인종을 떠나 "본선에서 트럼프를 상대하려면 성·인종의 소수성과 진보성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잘났더라도 중도층을 잡기 위해선 여성이나 유색인종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힐러리 트라우마'다. 실제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주는 2012년 대선에서는 오바마에게 승리를 안겨주었으나,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의 완력에 휘둘리는 듯 보였던 클린턴 대신 트럼프를 찍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으로 간주된 중서부의 백인 노동자는 물론 보수 성향을 숨긴 백인 고학력 남성, 중도층 유권자가 트럼프에게 넘어가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했다.

    이렇게 트럼프에게 뺏겼던 '백인 서민 남성표'를 되찾아오는 것이 민주당 2020 대선의 최대 화두라는 데 전략가들도 이견이 없다. '집토끼'(진보·여성·유색인종)는 당연히 보장되니, 빼앗긴 중서부 백인 노동자와 중도층 표심을 가져올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바이든의 서민적인 풍모와 친근한 이미지, 또는 부유세 등 경제 포퓰리즘을 외치며 여성·소수 인종 인권 등엔 무심한 샌더스가 중서부 시골의 백인 남성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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