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팩스 제출·病床 결재로 선거법 날치기, 군사 정부도 이러진 않았다

조선일보
입력 2019.04.26 03:09

한국당을 뺀 4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하기 위해 '작전'을 개시했다. 선거법과 한 몸인 공수처법을 패스트 트랙(신속법안처리)에 올리는 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반대에 가로막히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오 의원을 강제로 사임시키고 다른 의원을 보임했다. "임시 회기 때는 사·보임이 안 된다"는 국회법 조항에 대해선 국회 사무처가 "문제없다"고 길을 터줬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특위위원 교체 신청서를 팩스로 전달했다. 당내 반대 의원들의 저지를 피하기 위해서다. 전날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은 뒤 "저혈당 쇼크가 왔다"며 입원했던 문희상 의장은 병상에서 환자복을 입고 결재했다. 권은희 의원도 반대하자 팩스 전달, 병상 결재가 또 반복됐다.

이 법들이 안건으로 지정되면 이르면 10월, 늦어도 내년 3월에는 국회 본회의 표결이 이뤄진다. 제1 야당인 한국당이 반대하는 선거제도로 내년 4월 총선을 치르려는 것이다. 기존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표 대결로 각 당 의석이 정해지는 반면, 새 제도는 정당 득표율로 각 당 전체 의석을 정한 뒤 그 안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배분한다. 축구 시합이 배구 시합으로 바뀐다고 할 정도로 큰 변화다. 선거제도 자체로 한국당 의석이 줄어드는 데다 친박 성향 신당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당에만 치명적이다. 나머지 4당의 의기투합이 이뤄진 이유다.

과거에도 날치기 처리는 있었지만 게임의 규칙인 선거제도만은 여야 합의로 정한다는 원칙이 지켜져 왔다. 그런데 스스로 '촛불 혁명'으로 태어났다는 정권이 군사 정부도 않던 선거법 날치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여야 협치는 국민의 명령"이라던 국회의장이 병상 결재라는 편법까지 써가며 이런 무리수에 동참했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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