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도 양심이 있겠지요"...김학의 수사, 결국 尹 입에 달렸나

입력 2019.04.25 16:08

수사단, 윤중천 입 믿지도, 기대도 않는다더니…
‘동영상’은 피해자, ‘사진’은 가해자 특정 안돼
새 증거 무용지물되자 내부서도 "답답해졌다"

"윤중천이 잘 진술해줘야 하겠죠. 윤중천도 양심이 있겠지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뇌물·성폭행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 관계자의 말이다. 앞서 수사단은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공여자이자, 별장 성접대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58)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엔 "윤중천의 진술에 끌려다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며 "그의 입을 믿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했었다. 객관적인 물적증거로 혐의를 밝히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단이 답답한 상황에 빠지고 있는 것이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수사단은 과거 검·경 수사 때 나오지 않았던 물증을 여럿 확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새 증거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완료된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이어서 있어도 못쓰는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결국 윤중천씨가 김 전 차관을 비롯해 당시 ‘별장 성접대’와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해 주느냐 여부에 수사 성패가 달려있다는 게 수사팀 주변의 이야기다. 수사단 한 관계자는 "결국 윤씨 입에 달린 것 아니겠냐. 지금 수사 방향은 윤씨를 설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그도 양심이 있지 않겠냐"고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25일 서울 동부지검 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에 재소환 되며 기자들로부터 질문받고 있다./연합뉴스
수사단은 최근 이른바 ‘별장 동영상’의 원본에 가까운 동영상을 입수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는 같은 내용의 동영상을 확보했지만, 촬영된 시기 등을 특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수사단은 또 피해여성 이모씨가 김 전 차관과 윤씨로부터 강남 오피스텔에서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사진자료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원주 별장 등지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씨는 최근 두차례 검찰에 출석해 "이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나와 김 전 차관, 윤씨"라고 진술했다. 이 역시 앞선 수사 때 확보하지 못했던 자료와 진술이다.

그러나 수사단은 이런 증거와 진술로는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기소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동영상 속 여성이 이씨와 체구나 체형이 달라서 동일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강남 오피스텔 성관계 관련 사진의 경우 이씨는 맞는데, 나머지 남성 2명의 얼굴 식별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진의 촬영 시점이 2007년 11월로 돼 있어 사진 속 남성들이 김 전 차관과 윤씨라고 하더라도, 이미 특수강간 혐의의 공소시효(10년) 지났다. 특수강간죄는 2007년 12월 21일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었지만, 사진을 근거로보면 이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된 상태다.

일각에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 법 제21조는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경우를 ‘디엔에이(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 등으로 제한하고 있어 이조차 쉽지 않다는 게 수사단 판단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해당 특례조항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은 굉장히 까다롭다"며 "DNA 같은 생물학적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건과는 다르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사단은 윤씨의 ‘실토’가 절실해진 분위기다. 윤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검찰에 출석해 "변호사가 없다"며 진술을 거부해 2시간만에 조사가 불발되기도 했다. 수사단은 25일 오전 10시부터 윤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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