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율 47%? 자산 포함땐 29%로 뚝

조선일보
  • 김민철 선임기자
    입력 2019.04.25 03:00

    노년층일수록 부동산 보유 많아… 소득만 따지면 빈곤율 착시 현상
    "실제 저소득 노인 지원 늘리고 주택·농지연금 확대해야" 지적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라는 '불명예'를 근거로 정부가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소득만 따지지 않고 자산까지 고려할 경우에는 노인빈곤율이 30% 정도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인빈곤율은 중위소득(소득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소득)의 50% 미만인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비율인데, 우리나라는 46.5%에 달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나 국민연금연구원이 펴낸 '연금이슈&동향분석' 최근호에서 안서연 연구위원은 "노인 가구의 자산을 연금화해 이용한다는 가정하에 자산까지 합쳐 빈곤율을 계산해보니 29.3%(2016년 기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소득만 따질 경우 47%지만, 자산까지 고려하면 29%로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득만 따질 경우 노인빈곤율이 높아지는 '착시 현상'이 발생하는 만큼 자산까지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년층 자가보유율, 20~30대 2배

    노인 빈곤율과 노인 소득·자산 빈곤율 비교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높은 것은 국민연금 등 노후 보장 제도의 역사가 짧은 데다 사각지대도 넓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학계는 물론 OECD 등에서도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경우 단순히 공적연금이나 근로소득 등 소득만을 따진 노인빈곤율을 계산하면 높게 나타나지만, 노년층으로 갈수록 자산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노인들 생활수준이 그렇게 낮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나라 20~30대는 34.3%만 자기 집을 갖고 있지만 65세 이상은 두 배 이상인 77.4%가 자기 집을 갖고 있다(국토교통부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빈곤율은 그동안 기초연금제도 도입에는 물론,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로 확대하고 기초연금 액수를 30만원까지로 인상하는 중요한 근거였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몫을 합쳐 14조7202억원에 이른다.

    자산까지 고려할 경우 노인빈곤율이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2017년 나온 보건사회연구원의 '다양한 노인빈곤지표 산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자산 등까지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어르신의 21%만이 결핍을 겪고 있다"며 "나머지 25%는 소득에서만 결핍을 겪고 주거와 자산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주택·농지연금 확대해야 노후 빈곤 완화

    국회입법조사처의 2016년 보고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재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높아 노인빈곤율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노인의 빈곤 실태 파악에서는 소득뿐만 아니라 지출 수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득만을 기준으로 노인 복지 정책을 펴면 효율적인 정책 집행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 학자들과 토론에서 우리나라 노년층 자가보유율이 77%라고 말하면 '노인빈곤율이 50% 가깝다는 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실제로 빈곤한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지급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ECD는 작년 말 우리나라 기초연금에 대해 "지급 대상은 넓고 액수는 적어 노인빈곤율 개선에 한계가 있다. 저소득 노인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원시연 입법조사관은 얼마 전 보고서에서 "소득에 비해 재산이 많은 노인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서는 주택이나 농지를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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