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황교안 잡기 위해 재소환된 '세월호'와 '김학의'

조선일보
  • 김창균 논설주간
    입력 2019.04.25 03:17

    "海警 과실치사 적용 막았다" 법무장관을 참사 책임자 몰아
    목숨 오락가락 구조 현장서 완벽 못 기했다고 처벌하나
    임명된 지 이틀 된 장관에게 차관 임명 따지는 것도 난센스

    김창균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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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떼 충돌로 엔진이 망가진 항공기를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시켜 탑승자 155명 전원을 구한 얘기를 다룬 영화에는 주인공 기장의 명성이 위협받는 장면이 나온다. 공항으로 되돌아가 정상 착륙시킬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시뮬레이션(컴퓨터 모의실험) 결과 때문이었다. 영웅으로 칭송받던 기장이 실은 판단 미스로 위험을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부기장은 "비행은 컴퓨터 게임이 아니에요. 우리는 살아 있는 승객들을 태우고 있었다고요!"라고 항변한다. 시뮬레이션은 사후에 알게 된 모든 정보를 사고 당시 기장이 숙지하고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실제 상황에서는 공항 회항이라는 판단이 불가능했다는 결론이 다시 내려지고 기장의 명예는 회복된다.

    세월호 참사 5개월 후 '해경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점에 50도로 기울어져 있던 배 안에서 9분 28초면 승객 전원이 탈출할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법정에 제출됐다. 해경이 배 밖으로 나온 승객들만 구하느라 배 안 승객들을 희생시킨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세월호 5주기를 맞아 발표된 처벌 대상 책임자 17명 명단에는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이 포함됐다. 황 법무가 해경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을 막았다는 게 이유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황교안이야말로 세월호 진짜 책임자"라고 공격한다.

    세월호 당시 사회부장으로서 관련 보도를 지휘했던 필자도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화도 났다. 세월호 광화문 천막에 내걸렸던 '왜 안 구했나' 구호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사고 2주일 후 공개된 사고 현장 동영상을 수십 차례 돌려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30분 현장에 첫 도착한 해경 123정은 승객 대부분이 배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급속하게 기울어가는 세월호 주변을 오가며 배 밖으로 나오는 승객들을 실어 나르기 바빴다. 그러는 사이 배가 완전히 물속에 잠긴 10시 17분까지 골든 타임 47분이 흘러갔다. '9분 28초면 모두 탈출시킬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은 해경과 승객이 약속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 소요되는 물리적인 시간이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실제 상황에서는 사람의 머리와 몸이 컴퓨터 모의실험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 해경이 완벽한 선택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는 있다. 그러나 해경이 직무를 소홀히 해서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또 황 법무가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에 반대했다는 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을 사안이라고 보지 않는다.

    만일 황 법무가 야당 대표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그래서 문재인 정권 재창출의 걸림돌로 등장하지 않았다면 세월호 진상 규명 얘기가 또 나왔을까. 어떻게든 황교안 이름에 흠집을 내기 위해 세월호를 재소환한 것은 아닌가. 황 대표 이마에 '세월호 책임자' 낙인을 찍어 재집권에 성공하면 차기 대통령도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얘들아,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쓸 것인가. 아이들의 희생을 이렇게 두고두고 정치적으로 재활용해도 되는 것인가.

    김학의 법무부 전 차관의 성 접대 동영상도 같은 이유로 다시 불려 나왔다고 본다.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이 동영상 소문을 알고도 차관 임명을 막지 않았다는 정치 공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황 장관이 임명장을 받은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보름 만인 2013년 3월 11일이었다. 그리고 이틀 후인 3월 13일 김학의 법무차관을 포함한 18명의 차관 명단이 발표됐다. 그런데 같은 날인 3월 13일 당시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은 신임 인사차 집무실을 방문한 황 법무에게 동영상 존재를 알렸다고 했다. 그게 맞는다고 치자. 임명장 받은 지 이틀 된 장관이 그날 발표를 앞둔 차관 명단에 제동을 걸 수 있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각 부처 1급 인사까지 직접 챙겼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장관들은 인사권도 없는 허수아비"라고 공격했던 게 지금 문재인 정부 사람들 아니었나. 박근혜 정부의 6년 전 차관 인사 책임을 당시 장관에게 묻겠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거듭되는 인사 참사에 대해 "민정수석 책임은 없다"는 변명은 어떻게 할 건가.

    KT 특혜 취직 의혹도 황 대표 아들 이름이 나오자 활기를 띠더니 황 대표 아들이 대기업 5군데에 합격한 뒤 KT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심드렁해졌다. 앞으로도 '기승전 황교안 의혹'은 계속 쏟아져 나올 것이다. '세월호'와 '김학의' 재소환은 그 신호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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