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역 거부 100% 무죄, 침략당한 분단국의 '안보 사치' 극을 달린다

조선일보
입력 2019.04.24 03:19

대전지법이 최근 총을 들고 전투를 벌이는 인터넷 게임을 해 온 20대 병역 거부자에게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라며 무죄판결을 했다고 한다. 그는 집총(執銃) 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병역을 거부한 경우다. 총으로 누군가를 쏴 죽이는 게임을 즐기면서 '집총 거부는 신념'이라고 한다면 모순 아닌가. 대법원도 "병역 거부자가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런 신념은 진실하지 않다"고 했고, 해당 종교에서도 폭력적 성향의 게임에 주의하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어릴 때 일시적으로 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양심'이 무엇인지, 편리하게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입영 통지서를 받기 11일 전 종교 단체 신도가 된 후 병역을 거부한 사람에게도 무죄가 선고됐고, "병무청이 주관하는 대체 복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람에게도 무죄판결이 났다. 지난 5개월간 있었던 '양심적 병역 거부' 1·2심 선고 135건 가운데 유죄는 한 건도 없었다. 오히려 1·2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람이 대법원 재판 도중 스스로 "군대에 가겠다"고 선언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병역 기피자들을 걸러내야 할 법원의 재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기계적으로 무죄 선고를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14년 만에 판례를 바꿀 당시부터 '진정한 양심'을 가려낼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인간의 속마음을 판별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직접 증거 없이도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헌재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무조건 처벌하는 대신 올해 말까지 대체 복무제를 만들라고 했는데도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하급심에서는 "폭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커서 비폭력 신념을 갖게 됐다"고 주장한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병역 거부' 사유가 종교적 신념 차원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헌재와 대법원 판결로 우리나라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고 대체 복무를 도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거짓 양심'과 의도적 병역 기피를 철저히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

우리는 69년 전 6·25 남침을 당해 인명과 국토가 결딴나는 지옥을 겪은 나라다. 지금도 핵폭탄과 생화학무기로 무장한 120만 북한군과 지척에서 마주하고 있다. 북한은 세계 최악의 폭력 집단이다. 그런 나라가 가짜 평화 무드에 빠져 안보 사치를 즐기고 있다. 이런 나라와 국민은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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