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밀착, 中日 화해하는데… 韓日은 또 '초계기 갈등'

입력 2019.04.23 03:01

요미우리신문 "5.5㎞ 접근땐 추적레이더 가동, 한국이 1월 통보"
당시 美까지 개입, 해리스 대사가 정경두 국방장관에 우려 전달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일본의 초계기가 한국 함정에 3해리(약 5.5㎞) 이내로 접근하면 추적레이더(STIR)를 쏘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했던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우리 국방부가 '초계기·레이더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일 방위성에 이런 내용의 레이더 운영 지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이 문제로 정경두 국방장관에게 우려를 전달했다"고 했다. 지난 1월 봉합 단계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던 '초계기 레이더 조사' 문제가 또 불거지면서 한·일 갈등이 다시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일본 측과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지난 1월 일본 무관을 초치해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함정 3해리 이내에서 저공 위협 비행을 하면 우리 함정·인원 보호를 위해 추적레이더 조사(照射) 전 경고 통신을 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고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일본은 지난 10일 열린 한·일 국방 당국자 간 비공개 실무회의에서 이 조치에 대한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일 방위성이 조치 철회를 요청했지만 우리 측에서는 그럴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다른 여러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도 한·일 간 대화를 타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역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해리스 대사가 직접 이번 사안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계기·레이더 갈등으로 한·미·일 안보 삼각 공조에 균열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리스 대사가 기본적으로 한·일 간 문제는 한·일 간에 풀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이로 인해 북한 비핵화 공조에 문제가 생기고, 한·미 간 현안을 풀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맥락이었다"고 했다. 해리스 미국 대사는 기자 간담회에서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이 있는데, 만약 한국과 일본이 양국 간 어떤 의견 일치를 볼 수 있다면 한·미·일 3각 동맹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를 처음엔 부정했다가 나중에 인정하는 촌극도 벌였다. 국방부는 22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군이 (일본 측에) 통보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합참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확인한 결과 관련 내용을 통보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그와 같은 사실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신 "비공개 실무 회의 사안을 일본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대해 우리 국방부가 일부 사실을 인정한 것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일 간 갈등은 작년 10월부터 강제징용 배상 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11월), 초계기 레이더 논란(12월)이 줄줄이 이어지며 증폭됐다. 올 들어서도 2월 '일왕이 위안부 문제를 사죄해야 한다'는 문희상 국회의장 발언에 이어 지난달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경제적 보복 조치'를 거론하면서 최악의 갈등 국면으로 치달았다. 양국 간 긴장은 또다시 이번 '한국 정부의 레이더 조사 경고'와 대화 거부 논란으로 커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현재 한·일 관계의 가장 큰 문제로 양국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의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론 등을 의식해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한·일 갈등은 실무자급 논의로 해결할 수 없는 단계로 커졌는데, 양국 지도자들은 '강성 발언'을 통해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일 갈등이 한·미·일 공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 정부와 의회는 한·미·일 삼각 공조 강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 한·일 간 갈등이 증폭되면 한국에 대한 신뢰까지 약화될 수 있다. 북한과 일본이 최근 적극적인 동북아 외교전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26일 방미(訪美)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23일에는 중국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게양한 호위함을 파견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4~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중·러 3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