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탱크 "노안이 와서 그런지, 퍼팅이 내맘같지 않네"

조선일보
  • 민학수 기자
    입력 2019.04.23 03:01

    최경주 13개월 만에 PGA '톱10'
    작년 허리 통증·종양 수술 후 살 빼고 하루 6끼로 나눠 먹어… 복근운동·플랭크로 몸매 유지

    "설레게만 하고 아직은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다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짜릿함이 대단하더군요"

    한때 공동 선두까지 올랐다가 짧은 퍼트를 여러 개 놓치면서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친 최경주(49)는 아쉬움보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듯한 목소리였다. 현지 시각 밤 11시에 통화하면서도 맑은 목소리에 구수한 입담은 여전했다.

    22일 RBC헤리티지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파 퍼트를 놓치고 아쉬워하는 모습.
    다시 한발 앞으로 '전진' - 지난해 몸무게를 10kg 이상 줄인 최경주가 1년 1개월 만에 PGA 투어 톱10에 올랐다. 사진은 22일 RBC헤리티지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파 퍼트를 놓치고 아쉬워하는 모습. "샷은 전성기 시절로 돌아갔는데 노안이 와서인지 퍼팅이 마음 같지 않다"고 했다. /AP연합뉴스
    2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헤드의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 최경주는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해 버디 4개, 보기 5개로 1타를 잃고 합계 7언더파 277타로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최경주가 PGA 투어 톱10에 오른 것은 지난해 3월 도미니카 코랄레스 푼타카나 챔피언십 공동 5위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당시엔 중하위권 선수들이 주로 출전했지만, 이번 대회엔 세계랭킹 10위 이내 5명 등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우승은 대만의 판정쭝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대만 선수가 PGA투어 우승을 한 것은 1987년 LA오픈 전쩌중 이후 32년 만이다.

    ◇4라운드 한때 공동 선두

    최경주는 4라운드 4·5번 홀 연속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올라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8년 만에 통산 9승째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하지만 7번 홀(파3)과 8번 홀(파4)에서 2m 안팎 파 퍼팅을 놓쳐 보기를 한 게 치명타가 됐다. 최경주는 11번 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잡으며 추격하는 듯했으나 마지막 두 홀 연속 보기를 범해 결국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경주는 본지 통화에서 "샷은 전성기 때 못지않다. 퍼팅을 좀 더 안정시키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날 최경주는 평균 286.5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2000년대 초중반 전성기 때 못지않다. 아이언 샷 거리도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통계상 최경주는 퍼팅에서 평균보다 2타 이상 손해를 본 것으로 나왔다.

    돌아온 '탱크' 최경주 외
    "노안이 와서 그런지 뒤에서 볼 때는 슬라이스 라인인데 막상 어드레스를 하면 훅 라인처럼 보였다"고 했다. 결과는? 처음에 본 게 맞았다고 한다.

    그는 "몸무게를 뺐더니 쇼트게임도 방향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틀 동안 레슨을 받았다"고 했다. 제이슨 데이처럼 몸통 회전을 이용한 웨지샷을 한 게 이번 대회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로 꼽았다.

    ◇"살 빼고 건강 되찾았어요"

    요즘 그는 "최경주 동생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지난해 14kg 감량했던 몸무게를 3kg 늘려 81kg으로 고정시켰다. 식사를 하루 6끼로 나누어 소량으로 하면서 하루 1시간 이상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한 복근운동, 팔굽혀펴기, 플랭크자세 등을 하면서 날렵한 몸매를 유지한다.

    "살 뺀 것은 아주 잘한 것 같아요. 달라진 몸매에 맞춰 스윙과 클럽 등 손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건강을 되찾았으니까요." 지난해 갑상샘 수술도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최경주는 이 대회에 앞서 열렸던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고 한다. 우즈가 성추문 스캔들이 터진 다음 처음 치른 대회가 2010년 마스터스였는데, 당시 최경주는 우즈와 1~4라운드 내내 동반 플레이를 했고, 나란히 공동 4위를 했다.

    "우즈처럼 멋지게 공을 치는 선수는 다시 없을 거예요. 노력도 정말 많이 하고요. 어릴 때부터 참 예뻤는데 딸 샘과 아들 찰리 덕분에 우즈가 그렇게 힘든 재활을 이겨내고 돌아올 힘을 냈던 것 같아요."

    우즈는 최경주 아이들의 미국 학교 입학 추천서를 써줄 만큼 가깝게 지냈었다.

    2000년 데뷔 이후 최경주는 PGA 투어에서 20년째 뛰며 371억원을 벌어들였다. 내년 5월 19일이면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챔피언스 투어에도 출전할 수 있다. 최경주는 "이제 골프 인생의 10번 홀을 마친 것 같다. 아직 8홀이 남아 있다. 마스터스에 다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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