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지랖'은 괜찮고 '김정은 대변인'은 못 참는다니

조선일보
입력 2019.04.23 03:18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이라 지칭한 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대해 "한 번 더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전날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살리는 외교는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저열하고 치졸한 험담"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하는데 공안 검사 기질을 못 버렸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사실이다. 동맹국인 미국 의원들이 "한국은 동맹국 대신 북한 편을 든다"는 불만을 공공연히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작년 블룸버그 통신이 "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기사를 쓰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당시는 한마디도 않더니 몇 달이나 지나서 블룸버그 통신 기자를 "매국"이라고 매도해 전체 외신기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반면 북한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고 모욕을 줬을 때는 여권 어디서도 반발이 나오지 않았다. 오지랖은 '주제 넘게 끼어든다'는 비아냥거림이다. "대변인"보다 훨씬 무례한 표현이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북한은 과거엔 이보다 훨씬 심했다"고 김정은의 '오지랖'은 괜찮다는 식으로 말했다. 문 대통령도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고 김정은 연설에 있지도 않은 내용으로 평가까지 했다. 이러니 '대변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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