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20일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집회 후엔 황 대표가 행렬 선두에 서서 한국당 당원들과 함께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여기엔 태극기를 든 대한애국당 지지자들도 합류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분열됐던 보수 진영 통합의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 때문에 열린 이날 집회에 2만여명이 참가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당색(黨色)인 빨간색 점퍼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단상에 올랐다. 황 대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피 끓는 마음으로 이곳에 나왔다"며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가 끝날 때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 제가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 살리는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를 풀어달라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구걸하고 다니는데, 대한민국 자존심을 어디다 팔아놓았나"라고 했다. 또 "힘도 없는 지난 정권 사람들을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아무리 큰 병에 시달려도 감옥에 가둬놓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 정지 등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됐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정권은 헌법재판소가 아닌 '친문(親文)재판소'를 만들려고 한다"며 "북한과 적폐 청산만 아는 '북적북적 정권'"이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들고 '좌파 독재 중단' '경제 폭망 책임'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당은 집회 후 청와대로 행진하던 중 광화문광장 북단에서 애국당 지지자들과 만났다. 애국당은 이날 서울역 등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 촉구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애국당 당원 일부가 한국당의 청와대 행진에 동참했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가진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서 황 대표는 "애국 시민의 힘을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한국당 지도부는 태극기를 들지 않았다. 애국당 지도부도 청와대 행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양당이 지도부 차원에서 공동 행동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것이다.
당초 한국당에선 애국당과 충돌할 가능성을 염려해 동선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4·3 보궐선거 당시 경남 창원 성산 유세 현장에서 한국당과 애국당이 종종 충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대표가 집회 일정을 그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황 대표가 '반문 연대'를 기치로 '보수 통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황 대표는 21일 통화에서 "우선 당 내부 통합을 통해 (보수 통합의) 역량과 틀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당은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통합의 범위에 대해서는 "헌법 가치를 같이하는 자유 우파 세력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이번 장외투쟁의 동력을 살려 대여(對與) 투쟁을 강화할 방침이다. 황 대표는 "투쟁이 필요한 상황이 계속되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전국을 돌며 문재인 정부 2년을 비판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과 '연합 장외 투쟁'을 구상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야권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