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미선 임명, 헌재는 이제 '헌법' 아닌 '정권' 수호 기관

조선일보
입력 2019.04.20 03:20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35억 주식 투자' 의혹의 이미선 후보자와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 문형배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강행 임명했다. 현 정권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4명으로 늘어났다. 역대 정권에서 30여 차례 헌재소장·재판관 인사청문회가 있었지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강행 임명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런데 이 정권에선 재판관을 뽑을 때마다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더니 재판관 절반 가까이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재판관 인선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자기편 위주로 하다 보니 벌어진 결과다. 9명 중 4명이 이렇다는 것은 헌법재판소 구성 자체가 심각한 도덕적 흠결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통성까지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헌재가 청와대 출장소가 됐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이미선·문형배 재판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인권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이 4명이나 된다.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비서관을 지낸 민변 회장 출신도 재판관이 됐다. 법조계 신(新)주류로 불리는 정권 코드 집단 출신들이 헌법재판소를 사실상 장악한 것이다. 우리 사회 핵심 이해와 가치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이들 손에 맡겨지게 됐다. 야당에선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이나 적폐로 규정한 법을 무더기 위헌 결정 하려는 것" "좌파 독재의 마지막 키(key)가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법조계 등에선 사형제나 국가보안법 폐지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헌재는 국민 기본권은 물론 대통령 탄핵, 정당 해산, 정부 부처 간 권한 쟁의 등에 관한 최종 결론을 내리는 기관이다.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정부 부처 이상이고 대법원보다도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고 무엇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절실하다. 헌법이 재판관 인선 권한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행사하도록 배분해 놓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재판관 대다수를 자신들과 사적 인연이 있거나 코드가 맞는 인물들로 채웠다. 대통령과 대법원장부터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권력을 사유화했다. 오로지 정권을 수호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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