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관 출신 “김정은, 美 무기 구매한 한국 불신...식량 등 비축도 지시”

입력 2019.04.19 17:34 | 수정 2019.04.19 17:4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 한국을 불신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19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한국의 제안을 모두 거부한 반면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샀다"고 밝히자 북한이 우리나라를 불신하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남북 간 실무협의는 있을 수 있지만 정상회담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고 전 부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대미(對美)관계 악화를 대비해 식량과 석유를 비축할 것을 지시했으며, 북한의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 8~12개월분의 식량과 석유를 비축해놨다고 하는데 (이걸 바탕으로 북한은) 대북 제재에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년엔 대선에 집중하느라 북한을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거라는 김정은의 예상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고 전 부원장은 식량·석유 비축에는 외화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제재를 피하고 석유를 비축하기 위해 환적(換積·운송 중인 화물을 다른 운송수단에 옮겨 싣는 것)한 것이 필요 이상의 외화를 소비하게 했다.

그는 "공해상에서 중국 기업 등은 북한이 직접 거래하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 등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선박이) 북한에서 출항 후 다른 장소까지 간 다음에 다시 거래 지점으로 가는 등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위험수당이나 불필요한 수고료가 나가 비용이 통상 시장가격의 1.5배에서 2배 이상 된다"고 했다.

북한은 외화 부족으로 절약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고 전 부원장은 전했다. 외화 소비 거점으로 여겨지는 평양의 낙원백화점과 대성백화점에 요즘 당 간부들이 발길을 끊었다고 한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과 고급 휴양 시설인 창광원에도 외화 소비가 줄었다. 그는 "북한 당국도 시민들의 외환 거래를 감시하고 있다. 달러를 갖고 싶어서 평소보다 높은 환율로 사면 바로 국가보위성에 보고가 들어가 처벌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고 전 부원장은 김정은 통치자금에 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긴 자금은 40억달러(약 4조5400억원) 전후로 여겨진다. 지금은 제재 영향 회피 등 다양한 이유로 다 써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도 남아 있지 않다는 추산도 나온다"고 했다. 또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올해 12월까지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와야 한다. 경제 상황은 점점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미·북 관계를 두고는 "미국 측은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제해 현상 유지를 꾀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은 당분간 사태를 지켜보며 핵 관련 물질을 계속 생산해 미국에 대화 압박을 넣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 전 부원장은 북·일 관계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 지도부는 비핵화 문제가 진전되고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일본이 북한에 ‘식민지 배상금’을 지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북한이 1990년대 100억달러(약 11조3650억원)를 식민지 배상금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200억달러(약 22조7300억원)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지난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초안 작성과 상정에서 갑자기 빠진 일과 관련해서 "북한은 일본에 고맙다고 여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미국에 대북 제재를 완화해 달라고 일본이 요청하길 원한다"고 했다. 앞서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 추진 등을 고려해 유럽연합(EU)과 함께 10여 년간 작성을 주도했던 결의안 작성·상정 과정에서 빠지고 결의안에 찬성표만 던졌다. 김정은은 북한 인권을 공격하는 건 곧 자신을 향한 공격이라고 여긴다고 고 전 위원장은 전했다.

고 전 위원장은 또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이 북·일 대화의 통로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이 부분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평창올림픽을 발판삼아 북한과 우리나라, 미국이 대화하게 됐지만 아직 미·북 간 대화도 마무리 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