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발품스토리]손흥민 에티하드에서 '케인 원맨팀'에 답하다

입력 2019.04.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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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하드스타디움(영국 맨체스터)=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손흥민(토트넘)은 그대로 피치 위에 큰 대(大)자로 누웠다.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꿈이 현실이 됐다. 손흥민은 다시 일어나 선수들 그리고 원정응원온 토트넘 팬들과 함께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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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17일 밤(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18~2019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3대4로 졌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토트넘은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바 있다. 1,2차전 합계 4대4 동률. 원정다득점 우선원칙에 따라 토트넘이 맨시티를 누르고 4강에 올랐다. 1961~1962시즌 유로피언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이후 57년 만에 4강 진출이었다.
▶'해리 케인의 팀'에 답하다
2017년 10월이었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당시 프리미어리그 초반 선두 싸움에 대해 "현재 우리는 맨유 그리고 케인팀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케인은 리그에서 6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득점 감각을 보여줬다. 케인을 경계한다는 뜻이었지만 듣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 있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언을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다만 불피요한 표현으로 오해를 만들었다. 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FC바르셀로나를 이끌 때 한번도 '메시팀'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난 뒤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트넘은 내가 (토트넘은 케인팀이라고 한 것이) 얼마나 틀렸는지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나 '케인팀'의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녔다.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있었던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여전히 토트넘이 케인의 팀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질문에 대한 정답을 손흥민이 내렸다. 손흥민은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이 골은 토트넘 4강행의 귀중한 밑거름이 됐다. 이날 2차전에서 믿을 수 없는 골들을 만들었다. 전반 7분 아크 서클 앞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시즌 19호골을 만들었다. 이른 실점으로 인해 0-1로 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른 동점골로 토트넘이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 3분 후 이번에는 전매특허인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을 만들었다.
토트넘은 1차전과 2차전에서의 총 4골을 넣었다. 그 중 3골이 손흥민이었다. 이제 더 이상 토트넘은 '케인의 팀'이 아니었다.
▶쏘 스윗 그리고 태극기
경기 시작 두 시간 전. 맨체스터 힐튼호텔 딘스게이트 앞. 토트넘 선수들이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려고 했다. 6살 남짓 어린이와 그의 엄마가 손흥민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손흥민은 잠깐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지체없이 달려가 사인을 해줬다. 너무나 다정한 모습이었다. 엄마와 어린이는 "쏘 스윗 쏘니"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가 끝났다. 4강에 올랐다. 손흥민은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 동료들과 얼싸안았다. 파올로 가자니가는 손흥민을 애기안듯이 낚아채고는 저벅저벅 걸어다니기도 했다. 런던에서 올라온 팬들을 향해 달려갔다. 기쁨을 만끽했다. 동료들과 끌어안으며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에릭센, 델레 알리 등이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 손흥민도 상의를 벗었다. 팬들에게 달려갔다. 태극기를 든 팬이 있었다. 그 팬에게 주라며 상의를 던져주었다. 팬들은 손흥민의 유니폼을 태극기를 든 팬에게 전달했다. 이어 손흥민은 다시 한 번 선수들 그리고 포체티노 감독과 기쁨을 나눴다.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겸손과 다짐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을 기다렸다. 손흥민이 등장했다. 채 3미터를 가지 못했다. 각 방송사와 취재진들이 '주인공' 손흥민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손흥민은 환한 얼굴로 답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취재진 앞으로 왔다. 2골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모습은 여전했다. 손흥민은 "내가 4강을 이끌었다기보다는 선수들이 다 잘해줬다. 계속 골넣고 먹고 하면서 정신이 없는 경기였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잘해준 것이 컸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경기는 졌지만 1,2차전을 합치는 것이었다. 선수들 모두 고생했고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결승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그런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 현재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우리가 결승간다는 확정이 없다.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따라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만 아약스와의 4강 1차전에 결장하는 것에는 아쉬운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아쉽다. 경기 끝나고 그 소식을 들었다.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다.
▶찬사 또 찬사
경기 후 유럽축구연맹(UEFA)은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을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했다. 영국 BBC는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손흥민이 토트넘의 공격을 책임졌다"며 "이 품격있는 한국 선수는 뛰어난 움직임과 이른 시간 나온 중요한 2골로 팀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스카이스포츠는 "1차전의 영웅이었던 손흥민이 2차전에서도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며 "후반 손흥민은 해트트릭 대신 풍부한 활동량으로 맨시티를 완전히 지치게 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찬사는 현지인들의 칭찬이었다. 경기 다음날 새벽 런던으로 돌아가는 첫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앞쪽에 앉은 아저씨와 아들 둘이 승무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의 경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손흥민에 대한 말이 나왔다.
"손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그레이트 피니셔(대단한 골잡이)임에 틀림없다. 정말 좋은 선수이다."
손흥민은 영국 축구의 중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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