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5조, 울산 8조, 경남 9조… 與, 뭘 요구받든 '일단 OK'

입력 2019.04.18 03:08

與예산협의회에 지자체 "국비로 사업 지원해달라" 요청 쏟아져
다 받아주면 내년 예산 8조 추가, 2021년부터는 기하급수적 늘어

민주당이 17일 마무리한 '시·도 예산정책협의회'는 그 시기, 방식은 물론 시·도 간 회의 순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 행사'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작년의 경우 9~11월에 열었던 예산정책협의회를 올해는 2~4월로 대폭 당겼다. 시·도가 필요 예산을 먼저 건의하는 방식은 과거와 비슷했지만 집권 여당이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요구 사항 대부분을 수용한 것도 과거와 다른 부분이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경남(PK) 지역에서 가장 먼저 예산협의회를 여는 등 17개 시·도 간 협의 순서도 정치적으로 안배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지난 2월 경남도를 시작으로 이해찬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에서 예산협의회를 가졌다. 이어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이 민주당 소속인 제주도, 전국에서 선거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그 뒤를 이었다. 시·도지사가 자유한국당 소속인 대구시·경북도와는 지난 10일에야 13~14번째로 예산정책 '협의회'가 아닌 '간담회'를 진행했다. 건의서도 해당 시·도가 아니라 민주당 시·도당이 만든 것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지역 민원 청취를 위해서 한다는 예산 협의조차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역부터 차례대로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산협의회에서 각 시·도는 내년도 중앙정부 지원금 총액을 올해 대비 5~6% 늘려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사업, 연구·개발(R&D) 사업, 병원·박물관 등 각종 기관의 설립·유치 등에 대한 국비 지원과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다. 비용·편익 분석이 수반되는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는 민주당이 중앙 부처를 압박해 면제받도록 하거나 조기에 통과되도록 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이 각 시·도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 2020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할 경우 내년에 중앙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총 8조5644억원이다. 올해 예산 469조5752억원 대비 1.82%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은 시작일 뿐이다. 내년에는 예타 연구 용역비나 실시 설계비 등으로 수억~수십억원의 비교적 소액만 포함되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매년 수백억~수천억원으로 투입 예산이 불어나게 된다. 17개 시·도가 건의한 410개 사업 집행에 필요한 재정 부담은 2021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비와 지방비에 민간 자본까지 포함하면 총 134조3497억원이 들어간다. 이 가운데 92조1645억원(68.60%)은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각 시·도의 어떤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각 지역의 숙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겠다는 약속을 늘어놓았다. 이해찬 대표는 경남도와의 예산협의회에서는 4조7000억원짜리 남부내륙고속철도사업의 조기 착공을 돕겠다고 했고, 세종시에서는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남도에서는 올해 5월 종료될 예정이던 목포·해남·영암의 산업위기지역 지정을 연장해주겠다고 했고, 광주시에는 2019광주수영선수권대회에 북한 선수단·예술단이 참가할 수 있게 돕겠다고 했다. 김해영(부산 연제)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부산 지역 의원들은 부산에 수도권 금융기관들을 이전시켜 달라는 부산시 요구에 맞춰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야당은 "돈을 주고 표를 사는 '매표 행위'"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민주당이 '선심성 예산 퍼주기'로 다음 선거에서 정치적 열매만 취하고, 재정 부담은 다음 정부로 무책임하게 넘기고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나랏빚이 벌써 1700조원에 달한다"며 "국가가 거덜나도 총선만 이기면 된다는 것인지 기가 막힌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