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경호처 직원들 전화까지 수색, 민주국가 맞나

조선일보
입력 2019.04.18 03:19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이 부하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썼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경호처가 대대적인 내부 제보자 색출 작업에 나섰다. 전체 직원 490여 명 가운데 150명 이상에게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록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불응하면 '유출자 용의 선상에 올리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인근 통신사 지점들에는 통화·문자 기록을 뽑으려는 경호처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려 업무가 일시 마비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주 처장은 노무현 대통령 때 부인 권양숙씨의 운전기사를 문재인 대통령 운전기사로 채용하면서 인사 관행인 5, 6급 대신 3급을 부여하는 특혜를 줬다는 보도도 나왔다.

경호처가 감찰 대상으로 삼아야 할 '내부 정보'는 대통령 동선이나 경호원 배치 등 경호 본연의 업무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상관의 갑질 의혹이나 관행을 벗어난 인사 전횡을 국민에 감추기 위해 감찰하라는 것이 아니다. 야당 시절엔 내부 고발자들을 '양심의 호루라기'라고 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자 그 호루라기를 색출해 없애려고 혈안이다.

청와대는 2017년 말 언론 보도와 관련해 외교부 간부 10여 명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조사를 벌였고 언론 유출 흔적이 나오지 않자 사생활을 캐내 징계했다. 작년 11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린다는 방안이 보도되자 복지부 실무자들의 휴대전화도 털었다. 요즘 공직자들은 언론과 접촉할 때는 마치 첩보 영화처럼 눈치를 본다.

김정은 비판 대자보를 붙인 대학생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수사한다고 하고, 그 학생들 집에 경찰들이 무단으로 침입했다. 물컵 던진 일로 기업주와 기업이 전 국가기관의 공격을 받고 결국 기업주가 이사에서 쫓겨나고 사망했다. 많은 언론이 이 분위기에 합세해 인민재판과 같은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요즘 기업인들은 너무 위축돼 밖에서 말조차 쉽게 하지 못한다고 한다. 평생 '민주화'와 '언론 자유'를 말하던 사람들이 빚어내는 살풍경이 "지금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이 맞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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