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 언더로 맞춰주세요"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화학업체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메세먼지 원인물질 측정값을 조작한 수법은 이들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행업체 직원이 카카오톡으로 "메일로 보내주신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물으면, 화학업체(배출업체) 담당 직원은 "네"라고 답했다. 또 배출업체 직원은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 언더로 맞춰주세요"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하거나, "1월부터 10월도 부탁드립니다"며 특정 기간의 조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요구에 측정대행업체 직원은 조작한 시험성적서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조작한 탄화수소(HC)는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₂) 등과 함께 입자상 물질(PM)으로 분류돼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2차 원인물질에 해당한다. 결국 국민들이 미세먼지로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이들은 미세먼지 배출량을 조작하고 있었던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측정대행업체들은 업체들 입맛대로 시험성적서를 조작해줬다"며 "이 같은 조작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는 진술도 있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환경청은 측정대행업체로부터 ‘대기측정기록부’도 확보했다. 여기를 보면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하거나, 한 사람이 하루동안 측정할 수 없는 횟수를 측정한 것으로 돼 있다고 한다. 무려 8843건이 실제 측정도 하지 않는 허위 측정으로 확인됐다.
또 환경청이 카카오톡 등을 통해 확인한 양 측의 공모해 측정값을 축소한 사례는 425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지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주요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측정값은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낮게 조작됐다.
특히 염화비닐 등 유해성이 큰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례는 1667건이나 됐다. 이 중에는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는데도 기준 이하로 낮춰 "이상 없다"고 조작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기기본배출부과금도 면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적발된 배출업체들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공모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한화케미칼은 "담당자가 공모 부분을 부인하고 있고, 공모와 관련된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LG화학 측은 "사안을 인지한 즉시 관련 시설을 폐쇄하고 모든 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를 지키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