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중식 셰프의 상하이 미식탐방①] ‘단짠’의 원조는 상하이?

입력 2019.04.17 10:43 | 수정 2019.04.18 10:47

‘한국 중식계 代父’ 왕육성 사부의 상하이 미식 동행취재
157년된 상하이 가장 오래된 식당 & 현지인들만 찾는 숨은 맛집들

상하이는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이자 미식의 중심이다./김성윤 기자
상하이는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이자 미식의 중심이다./김성윤 기자
"경제와 함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미식(美食)의 중심은 단연 상하이지요."

왕육성(65) 사부는 한국 중식계 대부(代父)로 꼽힌다. 1975년 요리사로 입문해 사보이호텔 ‘호화대반점’, 프라자호텔 ‘도림’ 등 한국 중화요리사에 남을 주요 중식당 주방을 책임졌고, 한국화교요리사협회 회장을 오랫동안 맡았다. 2013년 은퇴했다가 2년만에 복귀해 서울 서교동에 연 ‘진진’은 세계적 레스토랑 가이드 미쉐린 국내(서울) 진출 첫 해인 2017년판부터 별 1개를 받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요리 경력 40년을 훌쩍 넘겼지만 왕 사부는 "새로운 음식과 재료, 요리기술을 배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고 종종 말한다. 지난달 21~24일 중국 상하이(上海)를 찾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중국 외식업의 최첨단을 확인하기 위한 왕 사부의 상하이 여행에 동행했다. ‘음식강산’ 등을 펴낸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양용진 원장 등 내노라하는 음식 전문가들도 함께했다.

◇상하이서 가장 오래된 식당

라오정싱의 요리들. 상하이를 대표하는 여러 요리가 이 식당에서 탄생했다./김성윤 기자
라오정싱의 요리들. 상하이를 대표하는 여러 요리가 이 식당에서 탄생했다./김성윤 기자
상하이 거리에는 ‘老子號(오래된 식당)’ ‘100년 전통’ 등 역사를 강조한 식당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왕 사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일수록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혁명(1966~1976년) 때 많은 식당이 문 닫았습니다. 현재 영업하는 식당은 문혁이 끝나고 중국이 개방되며 경기가 좋아진 1980~1990년대 이후 창업한 곳이 대부분이예요."

‘라오정싱(老正興)’은 중국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상하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식당이다. 1862년 문 열었으니 올해로 157년째. 전성기였던 1930년대에는 상하이 시내에 ‘라오정싱’ 상호를 불법 도용한 ‘짝퉁’ 식당이 120여 곳이나 됐다고 한다. 워낙 상하이를 대표하는 식당이다보니 문화혁명의 광풍(狂風)에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상하이 시정부에 인수되며 공영화됐기 때문인지 종업원들이 어딘가 공무원스럽달까, 서비스가 음식만큼 훌륭하진 않다. 그래도 미쉐린으로부터 별 1개를 받았다. 가격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치고 비싸지 않은 편이다.

‘상하이차이(上海菜)’ 즉 상하이요리를 대표하는 여러 메뉴가 이 식당에서 탄생했다. 기름에 튀긴 민물새우(油爆河蝦·98RMB)가 대표적이다. 남자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살짝 작은 민물새우를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기름에 살짝 튀겼다. 얇은 진홍빛 새우껍질이 ‘바삭’ 터지듯 이 사이에서 바스라지면서 고소한 새우 육즙이 흘러나와 입안을 적신다. 튀김요리라고 믿기 힘들만큼 담백하다. 달달한 편으로, 설탕을 중요한 양념으로 여기는 상하이요리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라오정싱 주방장은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타임스(China Times)와 인터뷰에서 "섭씨 200도 기름에서 정확하게 18초 새우를 튀겨낸다"며 "우리만큼 이 요리를 잘 하는 식당은 없다"고 자부했다.

민물새우말고도 간장과 기름에 볶은 민물장어(晌油鱔糊·68RMB) 등 민물 생선·갑각류를 이용한 음식이 메뉴판에 많이 보였다. 왕육성 사부는 "상하이요리의 기반은 장쑤차이(江蘇菜·장쑤성 일대 요리)"라며 "장쑤성은 호수와 강이 많아 예로부터 ‘어미지향(魚米之鄉)’ 즉 수산물과 쌀이 풍부한 지역이라 불렸다"고 했다.

이밖에 돼지고기를 약한 불에서 천천히 달콤짭짤하게 졸인 ‘홍샤오러우(紅燒肉)’의 대형 버전이랄 ‘정싱장방(正興醬方·98RMB)’과, 역시 달콤짭짤하게 조리한 돼지 대창(草頭圈子·68RMB)도 라오정싱의 대표 메뉴이다.

▨라오정싱(老正興·Lao Zheng Xing): 오전 11시~오후 2시·오후 5~9시, 黃浦區 福州路556號

◇‘단짠’의 원조는 상하이요리?

상하이요리는 ‘단짠’의 조화를 살리면서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을 아우른다./김성윤 기자
상하이요리는 ‘단짠’의 조화를 살리면서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을 아우른다./김성윤 기자
최근 국내에서 이른바 ‘단짠’이라고 부르는, 단맛과 짠맛이 결합한 음식이 유행이다. 이 단짠의 원조는 상하이랄 수 있다. 왕 사부는 "상하이요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장쑤차이(江蘇菜)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장쑤차이는 중국 주요 요리 중 하나입니다. 중국요리는 지역별로 4대·8대 등 다양하게 나누는데, 어떻게 분류하건 장쑤차이는 꼭 들어갑니다. 양자강 일대 강남(江南) 지역의 비옥한 평야와 호수·강·바다 등 풍부한 물 덕분에 물자가 풍부한데다 도시가 발달해 인구와 돈이 집중됐어요.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죠."

상하이음식이 왜 달고 짠지도 장쑤의 음식을 알면 이해된다. "장쑤차이는 다시 지역이나 도시별로 분류됩니다. 이 다양한 도시·지역요리의 융합이 상하이차이입니다. 이중 양저우(揚州)는 간장을 많이 써 짠맛이 특징이고, 쑤저우(蘇州)는 설탕을 이용한 단맛이 특징입니다. 양저우와 쑤저우가 합쳐진 짭짤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상하이음식의 기본을 이뤘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 짙은 갈색의 흑초(黑醋), 소흥주(紹興酒)로 대표되는 황주(黃酒) 등이 더해지면서 농후하면서도 다양한 맛의 변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소금이나 간장에 절인 닭고기, 돼지고기, 달걀, 오리알, 거위알 등 보존음식도 아주 발달했고요."

달고 짜면서 농후한 상하이요리의 특색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에서 고스란히 맛볼 수 있었다. ‘라오지스(老吉士酒家·Old Jesse Restaurant)’는 가이드북을 통해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지만 여전히 상하이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식당이다. 서양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 세련된 실내와 서비스처럼, 음식이 전통의 맛을 유지하되 현대인 입에 맞게 조금씩 업그레이드됐다. 대표 요리인 ‘탕추파이구(糖醋排骨)’는 전분을 살짝 입혀 바삭하게 튀긴 돼지갈비에 달콤새콤한 소스를 버무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탕수육의 돼지갈비 버전으로 이해하면 쉽다.
술을 사용한 요리도 많다. ‘허샤(河蝦)’는 작은 민물새우 껍질을 벗겨 기름에 가볍게 볶아 황주를 살짝 뿌려 맛을 냈다. ‘바이예바오(鸡汁百叶包)’는 일종의 만두지만, 밀가루나 쌀 등으로 만든 피 대신 얇게 뜬 두부로 다진 돼지고기가 닭고기를 감싸 만든다. 후식으로는 ‘신타이유안(心太軟)’을 많이들 주문한다. ‘심장이 너무 여려요’라는 뜻인데, 대추를 반으로 갈라 말랑말랑한 찹쌀떡을 채워 달콤하게 쪄낸다.

라오지스 근처 또다른 상하이 음식점 ‘샤오바이화(小白樺酒家)’는 ‘시엔지(咸鷄)’가 인기다.눈으로 보기엔 그저 삶아낸 닭고기 즉 백숙이지만, 먹어보면 소금간이 간간해 왜 ‘짭짤한 닭(咸鷄)’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된다. 닭을 삶기 전 소금에 절이는 과정을 거친다. 처음엔 차갑게 식은 닭고기가 그리 맛있을 것 같지 않지만, 먹을수록 닭껍질의 탱탱한 식감과 고기 감칠맛이 매력적이다. 시엔지와 함께 역시 소금에 절여 삶은 돼지혀와 오리모래집을 한 그릇에 담은 모둠 전채를 대개 주문한다.

▨라오지스(老吉士酒家·Old Jesse Restaurant):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오후 5시30분~자정, 徐滙區 天平路41號

▨샤오바이화(小白樺酒家): 오전 11시~오후 2시·오후 5시30분~9시30분, 徐滙區 宛平路297號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