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활 SOC에 48조, 이 정부에 선거 말고 다른 국정은 없나

조선일보
입력 2019.04.16 03:18

정부가 내년부터 3년간 예산 48조원을 투입해 전국에 체육관·도서관·어린이집·노인요양시설 등을 짓겠다는 이른바 '생활 SOC(사회간접기반시설)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해가며 24조원 규모의 지역 토목사업을 추진키로 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또다시 대규모 세금 살포 사업을 들고나왔다. '생활'이란 수식어를 붙였지만 결국 세금으로 지역 민원을 해결해주는 것이고, 과거식의 SOC 사업과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전(前) 정권의 SOC 건설을 '토건(土建) 삽질'이라 비난하며 임기 중 대형 SOC 사업은 안 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오자 온갖 명분을 동원해 세금 뿌리는 공공건설 카드를 서슴없이 꺼내들고 있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시설을 제공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에서 동네에 체육관·도서관 짓는 것이 국민 혈세를 쏟아부을 최우선순위인가. 48조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데도 예산 부처인 기획재정부 아닌 국무총리실이 계획 수립과 발표를 주도했다. 선거용이란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막대한 보수·유지 비용까지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2022년까지 완성하겠다고 서두르는 것도 이유가 뻔해 보인다. 다음 대선에 맞춘 것이다.

정부가 총선 시기에 맞춰 벌이는 사업도 한둘 아니다. 연간 2조원이 필요한 고교 무상교육을 올해 2학기부터 실시키로 하고 지금 고3 학생 49만명을 첫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선거법이 개정되면 지금 고3 학생들은 총선에서 첫 투표권을 갖게 된다. 앞으로도 이런 선거용 세금 살포는 쉬지 않고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 부담은 모두 국민, 특히 청년 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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