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이어 변희재가 부른 '수갑 특혜' 논란…“끈 떨어지면 채우냐”

입력 2019.04.15 15:29

지난달 11일 재판에 나온 김경수(왼쪽) 경남도지사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 전 지사는 수갑을 차지 않았지만, 원 전 원장은 수갑을 차고 법정에 출석했다. /뉴시스
법원 안팎에서 '수갑'을 놓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11일 수갑을 차지 않고 법원에 출석하면서다. 같은날 재판에 출석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수갑을 차고 있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미디어워치 대표 변희재씨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변씨는 최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불출석사유서를 통해 "수갑을 차고 재판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수갑을 차지 않고 법정에 향하는 김 지사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수갑과 관련한 규정은 법무부 훈령인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에 규정돼 있다. 지난해 3월 개정된 이 지침에는 △피고인이 여성·노약자·장애인인 경우 △질병 등 이유로 보호장비를 하기 곤란한 경우 △도주 우려가 현저히 낮은 경우 피고인을 법원에 보낼 때 구치소장의 판단에 따라 수갑과 포승줄 같은 보호장비를 완화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수갑과 포승줄 없이 법정에 출석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수감됐을 당시에는 수갑과 포승줄 등을 착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불필요한 포승줄·수갑 등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낫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6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수갑은 물론 포승줄까지 채워진 모습이다. /뉴시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구속 피고인이 법원에 출석할 때 수갑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평성과 일관성이 떨어져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침에는 '구치소장 판단에 따라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수 돼있다'고 돼 있다. 구속 피고인은 수갑과 포승줄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구치소장의 판단에 따라 예외가 적용된다. 서울구치소 측은 김 지사의 경우 도주 우려가 낮다고 보고 수갑을 채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은 형이 확정된 수형자 신분이라 수갑을 채웠다고 한다.

이병기·이병호·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법정에 출석하며 모두 수갑을 찼다. 최 의원은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포승줄까지 착용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같은 미결수 신분인데도 수갑·포승줄 착용 여부가 갈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유명하고 '높은' 사람이라고 수갑을 안 채우고, 끈 떨어지고 힘 없는 사람은 채운다면 누가 수긍하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자의적인 행정규칙 적용이 논란을 부른 사례"라며 "도주 우려 등 고무줄 해석이 될 수 있는 조항은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집행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출석하는 모습. 손목에 수갑을 차고, 이를 가리기 위해 덮개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뉴시스
법원·검찰 안팎에서 수갑 착용 여부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세월호 유족을 사찰했다는 혐의(직권남용)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고(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할 때 수갑을 찬 게 논란이 됐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마크가 찍힌 검은색 덮개로 가리기는 했지만, 수갑찬 모습으로 법원 포토라인에 섰다. 구속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굳이 수갑 찬 모습을 공개한 것은 모욕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옸다.

검찰은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대검찰청 예규 중 '신병 관련 업무 처리 지침'과 '체포·호송 등 장비 사용에 관한 지침'을 따랐다는 것이다. 도주하거나 남을 해칠 우려가 상당한 경우 수갑을 채울 수 있게 돼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수갑을 차지 않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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