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국)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개별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14일 보도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G20 기간 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빈손 회담'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취지로 주위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일 정부 관리를 인용해 "아베 총리의 이런 판단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일 보수층 내 한국 강경론 확산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입장을 한국 측에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의 정상회담은 작년 9월 뉴욕 회담이 마지막이었고 이후로 정상 간 전화 통화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오사카 G20 회의에 참석하면서 아베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내에서는 "문 대통령 대신 이낙연 총리가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대신 총리가 G20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청와대도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중·러를 포함한 4강(强) 외교는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고 했다. 작년 상반기 외교부의 주중 대사관 근무 지원자는 '제로(0)'에 가까웠다. 전직 외교관은 "중국 외교 라인도 기초부터 무너져가고 있다"고 했다. 이에 외교부가 작년 10월 주중 대사관 등급을 '가'급에서 '나'급으로 하향 조정한 사실이 14일 뒤늦게 알려졌다. 그간 주중 대사관은 '가' 등급이었기 때문에 다음 근무지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최하 등급인 '라'국가로 가야 했다. 하지만 이번 조정으로 주중 대사관 근무 이후 중남미 등 '다' 등급 국가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대미 외교도 '적폐'로 몰린 이전 정부의 북핵·북미 라인의 핵심 외교관들이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면서 "한·미 간 소통 채널이 급속히 약화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對)러시아 외교도 나은 상황이 아니다. 정치인 출신 전임자에 이어 최근 내정된 주러시아 대사에 대해 외교가에선 "러시아 대사는 통상 최소 차관보급이 임명되는데 이번에는 본부에서 국장 업무도 안 해본 인사가 임명됐다"며 "'한국이 러시아를 소홀히 여긴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