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VIEW] 김정은 "오지랖 중재자 행세 말라"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입력 2019.04.15 03:00

    트럼프엔 "연말까지 용단 내려라"… 美대선 앞두고 비핵화기준 완화될거라 계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에서 29년 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의 비핵화 '빅딜' 요구를 일축하고 대북 제재를 견디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그만두라"고 했다. 비핵화를 사실상 걷어차면서 미국엔 추가적 양보를, 한국에는 자기편에 설 것을 통첩하듯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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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갈이 된 北수뇌부… 김정은과 앞줄에 앉은 최선희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무위원회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재룡 내각총리,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만건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뒷줄 오른쪽부터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리수용 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 태종수 당 부위원장, 김영철 당 통일전선 담당 부위원장, 최부일 인민보안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정경택 국가보위상.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은 연설에서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돼 있으며 적대 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될 것"이라며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 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극도의 내핍을 무릅쓰더라도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장기전을 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선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며 "하노이 같은 정상회담이 재현되는 건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했다.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김정은이 군사 분야의 '다른 행동조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3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 한·미 연합훈련 영구 중단, 주한미군 철수, 미국 핵우산 제거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민족의 일원으로 (미국에)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노골적으로 자기편에 서서 미국을 설득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다만 김정은은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보겠다"며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을 콕 집어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라고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은 연말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외교 성과에 목마른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기준을 낮출 것으로 보고 막무가내식 '버티기 전략'으로 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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