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마윈〈사진〉 회장이 중국 IT 업계의 고질적인 초과근로를 비판하는 '996ICU'에 대해 "젊었을 때 고생 안 하면 언제 해보느냐"고 반문하며 초과근무 문화를 옹호하고 나섰다. 996ICU는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하다 중환자실(ICU)에 실려간다'는 뜻으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의 중국판 구호라고 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12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마 회장이 알리바바 내부 행사에서 '996'과 관련해 언급한 발언록 전문을 게재했다. 마 회장은 이 행사에서 "996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기업·개인이 많다"며 "996을 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었을 때 996을 안 해보면 언제 하겠느냐. 평생 996을 해보지 않은 인생을 자랑스럽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는 지금껏 매일 12시간 이상을 일해왔지만 후회한 적이 없다"며 "996 문화가 오늘날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같은 중국 기술기업들을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 회장은 또 알리바바 직원들을 향해 "알리바바 직원이 되려면 하루 12시간을 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안 그럴 거면 왜 여기에 오느냐"며 "하루에 8시간만 편히 일하려는 사람은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달 중국의 몇몇 프로그램 개발자가 인터넷에 '996.ICU'라는 페이지를 개설, 장시간 근로 등 중국 IT 업계의 현실에 대한 불만을 분출시키기 시작했다. 마 회장의 알리바바와 화웨이·텐센트·바이두·샤오미·징둥닷컴 등 중국의 간판 IT 기업들을 '996의 원흉'이라며 성토하고 나선 이들에게 IT 업계 노동자들의 지지가 쇄도했다.

중국 노동법이 정한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4시간으로 노사가 협의할 경우에도 초과 근무가 하루 3시간 또는 한 달에 36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중국의 IT 기업들에서는 수당 없는 장시간 초과 근무가 일상화돼 있다.

996을 옹호한 마 회장의 발언은 웨이보 등에서 조회 수가 무려 3억회에 육박하는 등 뜨거운 논란을 불렀다. "마 회장이 숨겨왔던 자본가의 이빨을 드러냈다"는 거센 비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