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北을 정상국가처럼 보이게 엄청 신경...간접선거 활용"

입력 2019.04.14 20:33 | 수정 2019.04.14 21:17

"北, '김정은 유일지도체제'로 더욱 굳게 자리 잡아"
"공식연설에서 '나는' 표현 쓴 것은 사상 처음...김일성도 연설에선 안 써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가 13일 오후 공개한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최근 실시된 북한의 제14기 최고인민회의와 관련, 김정은이 정상국가처럼 보이는 정치 구조 개편을 통해 국무위원장에 재추대되면서 유일 지도체제를 한층 강화했다고 14일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블로그 글에서 최근 북 동향과 관련 "김정은이 북한을 정상국가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정치구조개편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김정은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수령이 대의원직을 먼저 차지하고 최고인민회의선거를 통해 국가수뇌직으로 오르던 전통을 없애버린 점을 꼽았다. 김정은이 국가지도기관을 뽑는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 첫날 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대의원들이 김을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하는 식으로 국가지도기관을 선거로 구성한 것은 북한 역사에서 처음이란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이는) 북한도 국가수반(정상)을 국회에서 간접적으로 선거하는 간접선거제에 기초한 정상국가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뒤 최고인민회의 둘째날 회의에 나타나 시정연설을 한 것도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간접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연설을 하는 모습을 방불케했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29년만에 할아버지 김일성이 사용하던 ‘시정연설’이라는 표현도 다시 나왔다"는 점도 주목했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정권 2기를 이끌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김정은·최룡해(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박봉주(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3인 체제로 구성했다. 종전 김정은·김영남·최룡해·박봉주 4인으로 구성됐던 상무위원회가 김영남이 물러나면서 3인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제 2인자’도, ‘김정은-최룡해-박봉주’ 3인 체제도 없는 ‘김정은 유일지도체제’로 더욱 굳게 자리 잡았다"고 했다. 3인 체제는 허울일 뿐 오히려 김정은 일인절대권력이 더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시정연설에서 ‘나는’ 이라는 표현을 여러번 사용하였는데 북한의 당과 국가를 대표하여 정책방향을 밝히는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는’ 라는 기존 공식표현들 대신 ‘나는’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김일성도 생전에 ‘나는’이라는 표현을 내부 회의들에서는 사용했으나 당대회 보고서나 최고인민회의 앞에서 하는 시정연설에서 사용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이번 인사변동을 통해 최룡해가 힘이 빠졌다"고 평가했다. 최는 이번 인사에서 당조직지도부를 담당했던 당 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청사로 이사했다. 그런데 북한에선 권력 서열이 ‘간부권(인사권), 표창권, 책벌권 이라는 3가지 권한’이 있는가와 ‘수령에 대한 접근성’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최룡해가 모든 실정을 장악·통제하는 당 조직지도부 청사를 떠나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외국사절 외에는 별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청사로 이사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반면 박봉주 전 내각총리는 이번 인사를 통해 당 부위원장을 맡아 당 중앙위원회 청사로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박봉주는 북한경제사령탑에 새로 앉은 김재룡(내각 총리)을 당적(차원)으로 후원해주라는 의미이지 박이 최룡해가 담당했던 조직지도부를 담당한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당 조직지도부는 "당 부위원장으로 올라 앉은 리만건이 앞으로 1~2년 정도 이끌 것"이라며 "아마 실권(實權)은 김정은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조용원 제1부부장에게 많이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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