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합성 이미지'와의 전쟁

조선일보
  •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입력 2019.04.13 03:51 | 수정 2019.04.13 03:53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최근 방송가엔 대형 방송 사고가 있었다. 한 방송국이 앵커 멘트 배경 그래픽에 우리 대통령과 인공기를 함께 배치한 것이다. 의도와 다르다지만 결과적으로 큰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잘못된 이미지였다. 그런데 해당 방송국은 며칠 전에도 한 사이트가 악의적으로 만든 전직 대통령 이미지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었다. 결국 책임자가 보직 해임되는 사태를 바라보며, 필자뿐 아니라 아마 모든 방송 제작진의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불시에 당하는 교통사고처럼 이런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사이트가 악의적으로 만든 합성 이미지는 제작진에겐 지뢰와 같다. '왜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느냐' 질책을 받지만, 변명을 조금 하자면 사고가 난 후 들여다봐도 헷갈릴 정도로 이미지가 교묘하다. 일부 합성은 어찌나 정교한지 그 쓸데없는 디테일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물론 제작진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과거 '범죄와의 전쟁'이 있었다면, 방송가엔 '합성 이미지와의 전쟁'이 있다. 일단 인터넷 검색 금지령을 내렸다. 그래픽에는 기관이나 기업 등의 로고(CI)가 많이 들어간다. 근데 이곳이 바로 악성 합성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이미지 중간중간에 합성 이미지를 섞어 놓으면 많은 사람을 속일 수 있고, 여기에 화질까지 좋다면 부주의한 방송 제작진까지 골탕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이미지는 믿을 수가 없다. 꼭 해당 기관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제공되는 이미지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개 수배'형 대응도 한다. 가장 교묘한 합성 이미지들을 모아 포스터로 만든 후, 보도국 곳곳에 붙여 놓고 수시로 눈에 익힌다. 제작진 입장에선 피해가 범죄 수준이니 '공개 수배 전단'처럼 의지를 가지고 지켜보다 비슷한 이미지들을 색출한다.

    하지만 이런 부단한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합성 이미지도 자기 복제와 변신을 거듭한다. 그러니 요즘도 교묘한 합성 이미지에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불순한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억울한 오해를 받곤 하지만, 방송 사고의 책임은 온전히 제작진의 몫이니 변명하지 말고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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