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문재인 대통령의 빈손 귀국

입력 2019.04.12 20:14


문재인·트럼프, 한미 정상회담이 끝났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묻는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워싱턴에 왜 갔을까. 정상 회담 뒤에 청와대와 백악관이 제각각 발표하는 언론 발표를 보면 무슨 ‘암호문’ 같을 때가 있다. 말을 이중삼중으로 배배 꼬아서 내놓는다. 합의 사항이 없을 때 그런 수사학을 쓴다. ‘김광일의 입’에서 그것을 명확한 언어로 다시 풀이하겠다.

문 대통령은 먼저 "가까운 시일 내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방문을 해달라고 초청"했다. 이런 경우 ‘가까운 시일 내에’ 라는 말은 5,6월을 뜻한다. 우리 쪽 팩트다. 그런데 미국 쪽 팩트가 없다. 5월, 6월 두 차례나 일본에 오는 트럼프가 한 시간 거리인 서울에 오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의 한국 방문에 대한 최종 합의가 없는 것이다. 이건 무슨 뜻일까. 북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과 문재인의 구체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트럼프는 더 이상 판문점에 오지 않겠다, 김정은을 만날 생각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재인·트럼프 두 정상은 단독 회담을 딱 2분 했다. 지난해 5월 만남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트럼프 혼자 기자들과 질문 대답을 주고받았다. 이번에도 15분에서 30분쯤 양 정상이 단독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는데, 트럼프가 문 대통령과 대화하는 대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바람에 사실상 단독 회담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트럼프가 문 대통령에게 결례를 한 것인가. 트럼프가 문 대통령의 말은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고 귀를 닫아버린 것인가. ‘단독 회담’을 하지 못할 거라면 문 대통령은 3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면서 백악관에는 왜 갔는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했다. 적기(適期)란 무엇인가? 영어로 ‘right time’이라 했는데, ‘적기가 아니다’, 이 말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뜻이고, 다시 말해, 북한 비핵화를 보여주는, 김정은의 실질적인 조치가 없는 한 앞으로 다시는 금강산이고 개성공단이고 말도 꺼내지 말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 그러니까 미·북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다음날인 3월초에 "금강산과 개성공단 재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공식 발언을 했는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옆에 앉혀 놓은 자리에서 금강산도 개성공단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못을 박아버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계속해서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부분적 비핵화, 단계적 비핵화, 이런 것은 없다, 비핵화는 한꺼번에 해라, 적어도 한꺼번에 하기 위한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스케쥴을 밝혀라, 이런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현 시점에서 빅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빅딜이란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트럼프 발언은 매우 명확하다. ‘스몰 딜’이니, 그만 하면 됐다는 뜻인 ‘굿 이너프 딜’이니, 이런 말로 초점을 흐리지 말라, "핵무기 포기" "북한 비핵화", 이것을 한꺼번에 실행하는 길에서 벗어난, 어떤 외교적 수사나 말장난에는 이제부터 시간 낭비할 생각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이 하나 있다. 한국이 미국의 여러 군사 장비를 구매하는 내용이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3차 정상회담, 제재 완화, 한국 방문 등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약속한 것 없는 상태에서 한국에 무기를 판매한 사실만 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 내외가 탑승한 공군 1호기가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내렸을 때 미 의장대가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도열했는데, 태극기의 태극이 짙은 청색이 아니라 옅은 하늘색이었다. 2016년에도, 2017년에도 그런 적이 있다고 한다. 이 태극기는 미국 측에서 준비한다. 미국에서 의도적으로 결례를 범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 외교부가 사전에 태극기 교체를 요구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자력갱생"을 25차례 언급했다. 김정은은 미국의 제재 완화가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김정은은 미국을 향해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 세력’이라고 불렀다. 비핵화 얘기는 전혀 없었다.

한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월 초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펠로시 하원의장,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도 타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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