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교육비 제로인데 영어는 최강… 비결은 '2有2無'

조선일보
  • 스톡홀름=임기원 탐험대원
  • 취재 동행=남정미 기자
    입력 2019.04.12 03:18

    [청년 미래탐험대 100] [13] 스웨덴서 찾은 영어교육 노하우
    영어교육 전공 26세 대학원생 임기원씨

    '5조원 대 0.' 한국과 스웨덴이 각각 영어 사교육에 쓰는 돈의 규모다. 막대한 돈을 쓰고도 '영알못(영어를 알지 못함)'이 넘치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 사람들은 영어를 무서워하지도, 꺼리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스웨덴 영어 교육의 힘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목격한, 스웨덴 영어 교육의 네 가지 키워드를 '있다' '없다'로 나누어 소개한다.

    들썩들썩 즐거운 영어수업

    영어로 노래하며 게임하며… 들썩들썩 즐거운 영어수업

    ◇'움직임' 있다!

    "자, 자 옷을 보세요. 노란색이 있는 사람 나가세요." 지난달 말 스톡홀름의 대표적인 공립학교인 뉘아초등학교 2학년 교사 카밀라 페테르손의 영어 지침이 내려오자 아이들의 눈과 입이 분주해진다. 자기 옷에 노랑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고 옆 친구의 옷을 쳐다보며 노랑을 찾는다고 시끌벅적했다. 즐거운 혼돈이 잦아든 끝에 두 명이 문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게임과 노래로 색깔을 익혔다. 상자 안에 든 물건을 영어로 맞히는 놀이까지, 이날 수업은 40분 정도 진행됐다. 책도, 공책도 없는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숙제 없는 수업을 마쳤다. 페테르손은 "아이들이 많이 움직이며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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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 피자 주문하는 상황극하고 있어요 - 지난달 26일 스웨덴 스톡홀름 뉘아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영어 수업 도중 앞에 나와 영어로 피자를 주문하는 상황극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발표자는 선생님이 직접 지명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스스로 손을 들어 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날 26명의 학생 중 22명의 아이들이 발표했다. /남정미 기자

    다같이 말하고 함께 떠들고

    혼자서 말하면 주눅드니… 다같이 말하고 함께 떠들고

    ◇'떠들기' 있다!

    스웨덴 뉘아초 3학년 수업에선 한국 학생의 '기피 1호'인 '찍어서 발표'가 없었다. 대신 아이 두 명이 나와, 주어진 상황을 토대로 연극을 했다.

    이날 주제는 '전화하기'. 학생 둘이 장난감 전화기를 들고 자유롭게 피자 주문 연극을 했다. "피자 가게인가요?" "네. 무슨 주문 하시겠어요?" 3학년 교사 제니 플로렐은 "하기 싫은 아이는 절대로 불러내지 않는다"고 했다. 브레머 고등학교 1학년 수업에서도 '애플과 페이스북 중 어느 기업이 더 멋진가'를 두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친구들과 얘기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봤다면 '애들이 왜 이렇게 떠들어'라고 당황할 뻔했다. 이날 만난 교사 데이비드 룬드크비스트는 "함께 다 같이 이야기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여주려 한다"고 했다.

    선생님들의 '발음·문법 틀렸다' 지적없어

    영어 울렁증?… 선생님들의 '발음·문법 틀렸다' 지적없어

    ◇'지적' 없다!

    한국 초등학생은 형성평가 같은 이름으로 학교에서도 영어 시험을 봐야 한다. 학원까지 합치면 수많은 정답·오답 고르기를 해야 한다. 스웨덴 초등학교는 5학년 때까지 영어 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초등학교 영어 교육 목표는 학년을 구분하지 않고 '일상생활 및 친숙한 주제에 관한 간단한 토론에 참여가 가능하다'같이 큰 원칙만 정해 놓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영어교사는 거의 영어로 수업을 한다. 학년별로 듣기·말하기·읽기·쓰기를 분류해 세세한 목표를 명시하고 평가하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그래서일까. 스톡홀름에서 만난 아이들이 문법적으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어 교사 엘리자베스 욘손은 "정확한 영어 사용보다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TV선 영어 드라마·영화, 도서관마다 원서

    TV선 영어 드라마·영화, 도서관마다 원서… 학원 필요없어

    ◇'영어 학원' 없다!

    스웨덴에서 영어 학원은 찾기 어려웠다. 아이들은 대신 영어 방송을 보고, 영어 책을 읽고, 팝송을 들으면서 쉼 없이 영어에 노출된다고 한다. 스웨덴 방송은 원작에 스웨덴어 더빙을 하지 않고, 원작이 영어인 영화·드라마를 아주 많이 튼다.

    나는 서점·도서관에서도 충격을 받았다. 어느 책방에 들어가도 4분의 1 정도는 영어 원서가 차지하고 있었다. 스톡홀름 공립 도서관 역시 5분의 1 정도가 영어 책이었다. 도서관서 만난 초등학교 5학년 일리아스는 존 F. 케네디 영어 전기를 들고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영어로 과시했다. "저는 한 주에 영어 책 다섯 권을 읽어요. 관심사는 역사와 인물이죠." 학원에 묶인 한국 아이들 대(對) 재미로 영어 책을 찾아 읽는 스웨덴 아이들. 여기서부터 차이가 자라고 있었다.

    [미탐100 다녀왔습니다]

    틀리건 말건 영어 내뱉게 용기 북돋아주는 교실이 인상적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영어로 말하는 건 늘 콤플렉스였습니다. 이걸 극복하려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스웨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이 친구들은 조금 틀려도, 천천히 말해도 영어로 말하는 것을 즐기면 즐겼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다 이렇게 영어를 할까?' 싶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88개 비(非)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한 영어 시험에서 스웨덴이 1위(한국은 31위) 했다는 결과를 보고, 확신이 섰습니다. '스웨덴에 가봐야겠다'고.

    스웨덴 스톡홀름 공립도서관에서 만난 일리아스(11·왼쪽)와 미래탐험대원 임기원씨. 일리아스는 영어로 된 ‘케네디 전기(傳記)’를 빌리러 왔다.
    스웨덴 스톡홀름 공립도서관에서 만난 일리아스(11·왼쪽)와 미래탐험대원 임기원씨. 일리아스는 영어로 된 ‘케네디 전기(傳記)’를 빌리러 왔다. /남정미 기자

    스톡홀름에서 지낸 일주일, 스웨덴 사람들은 정말로 영어를 잘했습니다. 벼룩시장에서 기념품을 파는 70대 할아버지까지 말입니다. 많은 비결이 있겠지만, "틀려도 괜찮다"는 선생님들의 교육 방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웨덴 학교는 아이들이 자신감 있게 영어를 내뱉을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주는 공간이라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교생실습과 교육봉사를 하면서 만난 우리나라 학생들은 하나같이 영어 공부가 어렵다고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도 외국에 가서 입도 뻥긋하기 어렵다고 하지요. 부모들은 사교육에 수백만원씩 쓰고도 왜 우리 아이가 영어를 못하느냐고 호소합니다. 이번에 탐험해보니, 학창시절 이렇게 영어를 배웠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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