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낮 12시쯤(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부 동반으로 상견례를 겸한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백악관 현관 앞까지 나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맞았다. 두 부부는 악수를 나눈 뒤 사진촬영을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한 번 치면서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고 양국의 영부인은 팔짱을 끼고 백악관 안으로 들어갔다. 두 정상이 부부 동반으로 상견례를 겸한 단독 정상회담을 한 것은 미국 측이 제안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오전 9시부터 50분간 블레어하우스(미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났다. 그런데 이 자리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스티브 비건 국무부 특별대표,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 미 안보 참모 4명이 추가로 들어왔다. 6명을 한꺼번에 접견한 것이다. 당초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 2명만 접견해 비핵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우리 정부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뿐 아니라 조윤제 주미 대사, 김현종 안보실 2차장,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 등도 배석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의 중재안을 조율하겠다는 의도였지만 막판에 참석자가 늘어나면서 긴밀한 대화가 쉽지 않게 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날 접견은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청와대는 접견 이후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의 공헌으로 한·미 동맹이 더욱 견실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긴밀히 공조, 협의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북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대화(정상회담)를 해야 성과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지만, 미국 측은 여기에 직접적 답을 하지 않은 채 "대화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10시 30분부터 50분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접견했다. 이때도 미국 측에선 5명의 참모가 들어왔다.
두 정상과 영부인이 참석했던 단독회담 이후 한·미 간 배석자 3명을 둔 소규모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우리 쪽에선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윤제 주미 대사가,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안보보좌관, 폼페이오 국무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참석했다. 곧이어 업무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이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공동 기자회견이나 공동 언론 발표는 없었다.
한편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별도의 단독 오찬을 가졌다. 이에 앞서 김 여사는 워싱턴 DC의 키(Key) 초등학교에서 K팝 수업을 참관했다. 김 여사는 학생들에게 "Do you know BTS(방탄소년단을 아느냐)?"라고 물었다. 한 학생이 '춤을 추신 적 있느냐'고 묻자 "여러분 나이 때(췄다). 지금도 춤을 추려 하는데 춤을 추면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고 했다. 김 여사는 '카메라가 이렇게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느냐'는 질문엔 "I hate it(싫어한다)"이라고 영어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