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낙태권… 美·유럽선 임신 12주까지 허용

입력 2019.04.12 03:02

[낙태죄 위헌] 낙태 66년만에 무죄

헌법재판소가 11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관련 법 개정은 물론이고 낙태에 대한 시선과 사회 분위기가 바뀌는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강간이나 전염병 등 산모가 위협받는 요인에 대해서만 허용됐던 낙태가 미혼, 원치 않은 임신 등 사회·경제적 이유로도 가능해졌다.

◇낙태 허용 임신 기간 쟁점 될 듯

국회와 정부는 헌재의 권고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 허용 임신 주수(週數) 시한을 정해서 관련 법 개정에 반영해야 한다. 임신 시기에 따른 낙태 방법과 위험도는 각각 다르다. 성관계 후 임신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최대 5일 이내에 응급 피임약으로 임신을 피할 수 있다. 임신 4~5주면 자궁 내 임신 여부를 확진할 수 있는데, 임신 6주까지는 이른바 낙태약(미프진)으로 임신 중단을 유도할 수 있다. 미프진은 전 세계 60여국에서 의사 진단에 따라 사용되고 있다.

희비 교차의 순간 -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 처벌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낙태죄 폐지와 폐지 반대의 정반대 주장을 펴면서 집회를 하던 시민단체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등의 회원들은 서로 포옹하면서 기뻐했다(위 사진).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 등은 낙심한 표정으로 “낙태죄 폐지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아래 사진).
희비 교차의 순간 -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 처벌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낙태죄 폐지와 폐지 반대의 정반대 주장을 펴면서 집회를 하던 시민단체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등의 회원들은 서로 포옹하면서 기뻐했다(위 사진).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 등은 낙심한 표정으로 “낙태죄 폐지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아래 사진). /연합뉴스·김지호 기자
임신 8주에는 비교적 간단한 자궁 내 흡입술과 소파술로 낙태가 가능하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 기한을 산모 건강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낙태할 수 있는 시기로 보고 있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낙태 실태 조사에 따르면, 낙태 여성의 84%가 임신 8주 이내에 낙태 시술을 받았다. 임신 10주가 되면 태아의 뼈가 10㎝ 크기로 자라고 태아가 자궁벽 태반에 밀착된다. 독일·이탈리아 등 낙태를 허용하는 상당수 국가는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낙태하면 자궁벽을 긁어내야 하기 때문에 자궁 천공이나 출혈, 유착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미국·유럽 대부분 12주 이내 낙태 허용

임신부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의 낙태는 어느 나라나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혼·미성년 임신, 출산 환경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낙태를 법으로 인정하는 범위는 나라마다 다르다. 유럽 국가들은 낙태를 비교적 폭넓게 허용한다. 영국은 1968년부터 임신 24주까지는 포괄적으로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의사 2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스위스는 임신 10주까지 여성의 선택에 따라 임신을 종결할 수 있다. 독일·덴마크·이탈리아·스페인 등은 임신 12주까지 허용한다.

국민 대다수가 천주교 신자로 낙태를 엄격히 규제했던 아일랜드는 지난해 낙태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폐지했다.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3분의 2가 낙태 찬성에 표를 던진 것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임신 12주 이내에서는 여성의 선택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주(州) 정부에 따라 허용 범위가 다르나, 최근 낙태를 자유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는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는 임신부의 독자적인 판단에 속한다 하고, 실행은 의사 판단에 맡기도록 했다. 주 정부마다 임신 12~24주 사이에서 낙태를 허용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1948년부터 낙태를 허용했다. 대개 낙태 시술 지정 병원에서 받는다. 해당 병원은 시술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헌재가 제시한 임신 22주의 의미

헌법재판소는 임신 22주를 낙태 허용의 상한선으로 판단했다. 그 이후에는 어떤 이유로든 낙태해선 안 된다고 했다. 현 시점에서 최선의 의료 기술과 의료 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임신 22주 내외부터 태아가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는 산부인과 학계 의견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임신 23주에 태어난 체중 500g 안팎의 미숙아를 살려낸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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