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 6조원 추경' 먼저 정하고 '돈 쓸 곳 찾아내라' 닦달

조선일보
입력 2019.04.12 03:18

470조원의 초대형 규모로 짜인 올해 예산을 40%도 채 쓰지 못했는데도 정부가 또 6조원짜리 추경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 한둘이 아니지만 이렇게 국민 세금을 낭비해도 되나. 애초 추경 계획이 없다더니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 먼지 대책용 추경'을 언급하자 입장을 바꿨다. 미세 먼지는 핑계다. 올해 본예산에도 미세 먼지 예산이 1조9000억원이나 들어 있고, 이 중 1조원 이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는 일자리와 선제적 경기 대응을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자리 예산은 이미 본예산에 23조원이나 편성됐고 아직 거의 쓰지도 않았다. 경기 부양용으로 재정 지출을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먼저 본예산을 쓴 뒤 모자라면 그때 가서 추경을 편성하는 게 순서다. 더구나 이 정부는 "경제가 견실한 흐름"이고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왜 경기 부양, 일자리 추경이 필요한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억지 추경을 하는 실제 속내는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뿌려 경제성장률을 지키고 이로써 내년 총선 때 경제 실정(失政) 심판론을 막으려는 안간힘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추경을 추진하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것도 없이 6조원짜리로 하겠다며 총액부터 정했다. 그래 놓고 각 부처와 지자체에 '돈 쓸 곳'을 발굴해 보고하라고 닦달하고 있다. 작년 3조8000억 규모의 '일자리 추경' 때도 용처를 찾지 못해 전 부처가 몸살을 앓았다. 노인정 공기청정기 보급이며 삼도수군통제영 체험존 조성처럼 급하지도 않은 억지 아이템이 대거 추경사업으로 들어갔다. 배정된 예산을 쓰지도 못한 사업도 수두룩하다. 스마트관광 활성화 사업은 집행률이 3%에 불과하고, 전통시장 주차 환경 개선 사업은 예산의 24%밖에 쓰지 못했다. '시급성'을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해주며 추진한 '고교 취업 연계 장려금 지원'은 지금껏 집행률이 24%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국민 세금을 '눈먼 돈'으로 보지 않으면 이렇게 장난처럼 뿌려 댈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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