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적을 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그리고 이해 못할 풍경들

조선일보
입력 2019.04.12 03:20

어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다. 1919년 3월 1일 한민족이 일치단결해 독립 만세를 외쳤고,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망명 지도자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선포했다. 역사상 처음 민주공화정을 선택했다. 그로부터 지난 100년은 '기적의 역사'였다. 임정이 수립될 때 국민 상당수는 아사(餓死)를 면하는 것이 절박했다. 창문 없는 흙집에 살았고, 주택가 도랑에는 오물과 쓰레기가 고여 썩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절망적인 식민지였다. 해방 뒤엔 6·25 남침으로 국토와 국민이 결딴나는 대참극까지 겪었다.

하지만 온 국민이 하나 되어 믿기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역사는 지금 돌이켜 보면 하루하루가 모두 기적과 같다. 1950년대 중반 60달러이던 1인당 소득은 작년 3만달러를 넘었으며 국가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 자리에 올랐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에 소득 3만달러가 넘은 나라는 세계 7개국뿐이다. 대한민국을 뺀 나머지 나라는 모두 과거의 제국(帝國)이었다. 우리는 산업화에 성공한 이후 민주화까지 이룩했다. 100년 전 일제 탄압을 피해 외국에 임정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지도자들은 이 기적과 같은 조국의 번영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열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볼 수 있다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임정 100년 기념일은 이 '기적의 역사'를 온 국민이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어야 했다. 그러나 방미 중인 대통령은 대독(代讀)할 기념사 한마디 남기지 않았다. 그게 어려운 일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미국 의회조차 이날 "100년 전 임정 수립은 한국 민주주의 토대"라며 한·미 동맹 결의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은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건국 100주년'은 갑자기 사라졌고, 정작 임정 100주년 날에 기념사조차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서울 도심에 주요 독립운동가의 대형 초상화를 내걸면서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을 빼놓았다. 이럴 수도 있나.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폄훼하던 세력이 권력을 잡고 온갖 곳에서 기적의 역사를 부정하고 지우는 데 바쁘다. 국민이 깨어 있어야만 대한민국 기적의 100년과 대한민국이란 나라 자체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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