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필리핀 ‘납치위험국’ 지정하며 北은 뺐다

입력 2019.04.11 14:49

미국 국무부가 9일(현지 시각) 납치·인질 위험성을 나타내는 새 지표 ‘K’를 도입해 여행주의보를 갱신했다. 여행객이 납치되거나 인질로 붙잡힐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Kidnapping(납치)’의 첫 글자인 K를 붙여 구분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과 러시아, 터키, 필리핀 등 35개국이 납치·인질 위험국으로 분류됐다.

국무부는 그러나 오랜 시간 납치와 인질 문제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북한에는 K를 붙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9일이 최종 갱신일로 표시된 북한 여행주의보에는 ‘기타(other) 위험’을 의미하는 ‘O’만 표시돼 있다. "미국민에 대한 장기 구금과 체포 위험이 심각하니 여행하지 말라"는 기존 안내는 그대로 유지된 채다.

국무부가 여행금지 국가로 분류한 13개국 중 K가 붙지 않은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미국은 2017년 9월부터 줄곧 북한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같은 해 6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자국민 오토 웜비어가 혼수 상태로 귀국해 숨진 뒤 내려진 조치다.

국무부는 북한 여행주의보에 K를 표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현지 언론의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2016년 2월 29일 북한에 억류된 미국 버지니아대 3학년 학생 오토 웜비어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웜비어가 “양각도 국제호텔 종업원 구역에서 조선(북한) 인민에게 자기 제도에 대한 애착심을 심어주는 정치적 구호를 떼버리는 범죄를 감행했다”며 자신의 ‘범죄 행위’를 사죄했다고 보도했다. 웜비어는 이후 혼수 상태로 귀국한지 엿새 만인 2017년 6월 19일 사망했다. /타스통신
미국은 그동안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인권 유린 행태를 강도 높게 비난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웜비어의 부모와 탈북자 지성호씨를 국정연설에 초청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압박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는 비핵화와 경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2017 보고서에 넣었던 "북한 주민들이 정부의 지독한 인권 침해에 직면했다"는 문장을 뺐다. ‘실종’ 항목에서는 "비정부기구와 싱크탱크 보고서, 언론 보도는 북한 정부가 ‘강제 실종’에 책임이 있다고 시사한다"는 식으로 표현해 북한 정권의 책임에 대한 미 정부의 직접적인 평가를 피했다.

미 국무부는 웜비어의 이름도 보고서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웜비어 사건을 뒤늦게 알았다는 김정은의 말을 믿는다"고 말해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 정치범 수용소 운영 등을 부인하는 북한의 반박 입장도 담았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