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바꾸는 中 혁신현장]③1800년 전 명의 화타, AI로 환생하나

입력 2019.04.11 11:19

기술 패권 경쟁 양상을 보이는 미·중 무역 전쟁 속에서 중국의 양회가 3월 15일 폐막했다. 중국은 정부업무보고에 처음으로 수소에너지를 삽입하고, ‘(인공)지능+’를 내세우며 제조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수소차가 달리고 모든 산업에 인공지능(AI)이 들어가는 미래를 향해 뛰어가겠다는 의지다. 무역 전쟁도 제지하지 못한 중국의 혁신 발전은 산업현장은 물론 도시의 모습을 서서히 바꿔가고 있다. "미래는 이미 여기 와 있다. 골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도시의 변화는 인류 삶 뿐 아니라 산업에 도전과 응전을 요구한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도시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개혁개방 40년간 460개가 넘는 도시가 새로 생기고 6억6000만명이 도시로 이동했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미래 신문명 도시를 연구하고 있는 싱크탱크 여시재와 손잡고 중국 쇼핑에서부터 교육, 직장, 가사노동, 교통, 병원 등 도시생활을 구성하는 요소에서 나타나고 있는 혁신 현장을 탐구한다. [편집자주]

중국 산시성 신저우시 인민병원 비뇨기과 의사들이 입원환자를 회진하면서 원격진료 시스템을 통해 베이징대 제1 병원 비뇨기과 전문의의 의견을 듣고 있다. /39인터넷병원
시골 병원의 전문의를 따라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병실에 들어선다. 태블릿PC 화면의 전문의가 환자와 영상으로 대화를 주고받은 뒤 현장 의사들과 의견을 나눈다.

중국 39인터넷병원이 지난 3년간 쓰촨(四川)·칭하이(青海)·광시(廣西)·안후이(安徽)·허난(河南) 등 23개 성(省)과 시(市)의 300여개 기층병원(일반 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보건소 등) 환자 10여만명에게 시행한 원격회진(回診) 모습이다. 산시(山西)성 신저우(忻州)시 인민병원의 경우 비뇨기과에서 작년 10월부터 베이징대 제1병원과 원격회진을 하고 있다. 수도권 병원을 찾으려는 환자들이 많은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다르지 않다. 이 수요를 원격 진료 서비스로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원격진료가 19년간 규제 벽 앞에서 제라리 걸음을 하고 있는 한국과 대조된다.

중국에서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선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고, 치료 비용도 많이 든다. 매년 3월 열리는 양회(兩會,정협⋅전인대)때마다 중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가 ‘단골’로 제기된다. 중국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1.8명으로 한국(2.2명)보다 적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2016년 교통 체증과 병원에서의 줄 서기를 포함해 중국에서 환자들이 매 차례 병원을 이용하는 데 평균 3시간이 걸리지만 실제 진찰 시간은 8분에 불과하다. 중국의 하루 진찰 횟수는 2000만회에 이르고, 매일 3500만명 이상이 약국에서 직접 약을 구매한다.아이러니하게도 낙후된 의료 수준 및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환경이 원격진료는 물론 원격수술과 인공지능(AI)의사까지 시도하는 스마트 의료 혁신의 동력이 됐다.

국가 건강의료 빅데이터 난징(南京)센터에서는 현재 AI 의사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시행중이다. 프로젝트 이름은 ‘화타(華佗) 닥터 화(Hwa)’다. 1800년 전 전설적인 명의 화타를 되살린다는 야심이 담겨있다. Hwa는 화타의 성(姓)이기도 하지만 ‘Healthcare With Ai’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난징시 국유기업인 양즈(扬子)국자투자그룹이 2017년말 시동을 건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전통약 처방 등 중의(中醫)와 대용량 정보의 안전한 전송을 보장하는 양자(量子)기술 및 빅데이터 기술 등이 동원된다.

이를 위해 ‘1+1+8+X’ 드림팀이 구성됐다. 국가건강의료빅데이터 난징센터와 국가슈퍼컴퓨터 우시(無锡)센터 그리고 베이징대·칭화대·중국과학기술대·난징대·둥난대·푸단대·상하이교통대·저장대 등 8개 대학과 전문가·학자·연구기구·유명기업들이 참여중이다.

드림팀은 장쑤(江蘇)성 8000만명의 건강 파일과 170여개 병원의 영상자료로 빅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저장장치 용량만 52PB(페타바이트)에 이른다. 영화(700MB급)를 153만편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내년말이면 완성될 현대판 화타 ‘닥터 화’는 AI를 이용한 질병검사와 진단, 맞춤형 건강관리까지 해줄 전망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국민마다 가상의 개인주치의를 두도록 해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물론 현재의 AI가 미래 의사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아직 성급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많다. 알리바바 계열 헬스케어 업체 알리헬스(阿里健康) AI실험실 주임 판이(範繹)는 "기술은 의사들이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다"며 "의사는 피로를 느끼고 집중하기 힘들때가 있지만 기계는 그런 문제가 없는데다 AI의 도움을 받으면 업무강도를 줄여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은 "AI가 의료 효과를 30~40% 높이고, 의료 비용은 5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병원도 기술 혁명이 기존 도시를 송두리째 바꾸는 현장"이라며 "집에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고, 미국 대기업의 74%는 원격 진료를 건강보험 혜택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IBM의 AI ‘왓슨’(Watson)의 암 전문 플랫폼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는 300종 이상 의학저널, 200권 이상 전문서적 등에서 암 관련 연구 자료를 학습해 의사 진단을 돕는 세계 최고 암전문가로 통한다. 의료가 낙후된 중국도 이 혁신 대열에 뛰어들었다. 중국에선 병원 뿐 아니라 약국도 혁신 현장이다. 중국 인터넷 3인방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물론 의료 스타트업과 보험사까지 뛰어드는 혁신 열풍과 함께 이를 가능케 하는 규제혁파가 미래 도시 의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39인터넷의원… ‘名醫’ 공유경제 여는 원격 의료

쓰촨성 차오톈구 인민병원 환자가 베이징의 유명 명의들로부터 원격 진료를 받고 있다. /39인터넷병원
39인터넷병원은 선전 증시에 2012년 상장한 인터넷 의료업체 랑마(朗玛)신식기술이 2016년 6월 출범시킨 서비스다. 셰허(協和) 301병원 등 50여개 유명 병원의 전문의 2000여명이 원격의료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베이징대 제1병원 심장센터 주임 훠융(霍勇)이 원장을 겸임하는 등 200여명의 중국 명의들도 포함돼 있다는 게 랑마측의 설명이다. 지방의 환자들이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급 도시의 대형 병원 유명 의사를 찾으러 발품을 팔아야할 필요를 줄인 것이다.

올 1월 중국 쓰촨성의 광위안(廣元)시 50세 여성 환자는 기침을 하고 왼쪽 가슴에 통증이 와서 차오텐(朝天)구 인민병원을 찾았다. CT 등의 촬영 영상을 보고 질병 진단과 처방을 해준 의사는 현장의 의사가 아니고 베이징셰허병원 호흡기 내과 주위안쥐에(朱元瑴) 주임 등 베이징에 있는 3명의 유명 명의였다. 주위안쥐에 주임은 중국 호흡학계의 태두로 불리는 인물로 87세 고령이지만 원격 의료 기술 덕택에 베이징에서 서부 지역의 병원 환자를 챙길 수 있었다.

1998년 인터넷 메신저 등을 주력으로 구이저우(貴州)성에서 설립된 랑마는 2014년 인터넷 의료업으로 전환하면서 39건강망(健康網)을 인수했다. 온라인 의료 정보서비스 포털이 된 39건강망 사용자들은 각종 질병 정보는 물론 온라인을 통해 명의와 상담하고 필요한 약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회사측은 중국 전역의 1급 대형병원 95%이상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39건강망 하루 방문건수는 2000만건에 이르고 월 사용자는 4억명이 넘었다.

랑마는 2015년 구이양(貴陽)시 제 6인민병원 지분을 확보하고, 2017년 인수한 캉신(康心)을 통해 의약 전자상거래 사업도 하는 등 의료 산업 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또 집에서 TV를 통해 만성병 관리와 건강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 TV 스마트 의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랑마는 중국 공업신식화부 신식중심과 중국 인터넷협회가 매년 선정하는 중국 인터넷 기업 100강에 작년까지 3년 연속 올랐다. 인터넷 의료기업으로는 유일하다.

2014년 설립된 즈윈젠캉(智云健康)도 인터넷 기반의 원격의료를 토대로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의료기업이다. 혈당 측정을 할 수 있는 각종 스마트 기기에 기록된 당뇨병 환자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의 앱에 등록되고 이 수치를 병원내 데이터와 함께 분석해 빠른 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수치로 나타나면 환자와 담당의사에 즉각 알린다.

의료 혁신현장이 중국 스타트업의 무대가 되면서 자본도 몰리고 있다. 지난해 필립스가 발표한 중국 의료 AI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의료 AI 분야에 241건의 투·융자가 이뤄졌고 2017년엔 30개사에 18억위안(약 3000억원)이 몰렸다. 작년 상반기에는 스마트영상진단보조 사업을 하는 퇴이샹커지(推想科技)가 3억위안(약 500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18개사가 31억위안(약 5200억원)을 유치했다.

지난해 150억위안(약 2조5000억원)이었던 중국의 온라인 의료서비스 시장은 2025년까지 1000억위안(약 16조7000억원)이 넘는 규모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핑안하오이성(平安好医生⋅핑안 굿 닥터)의 바이슈에 (白雪) 사장(COO)은 "2025년 중국의 의료 건강 잠재시장 규모는 8조위안(약 1336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인터넷 의료 시장은 수천억위안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무인 AI 진료소...규제혁파가 키운 혁신

핑안하오이성이 작년부터 보급을 시작한 무인 AI 진료소. 의약 자판기와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신화망⋅핑안하오이성
3㎡ 정도 넓이의 '무인 진찰실'에서 혈압과 체온을 재고 영상의 인공지능(AI) 의사에게 증상을 얘기한다. 잠시 후 이를 기초로 원격지 의사가 추가 질문을 건넨 뒤 복용 약을 추천한다. 상비약 100여 종이 구비된 옆의 자판기에서 약을 구매한다. 없는 약은 휴대폰 앱을 켜 주문하면 집으로 1시간 내 배송된다.

중국 최대 보험사인 핑안(平安)보험이 2014년 분사시킨 헬스케어기업인 핑안하오이성이 작년 11월 중국 장쑤성 자싱(嘉兴)시 우전(烏鎭)의 세계인터넷대회장에 설치하기 시작한 ‘1분 진료소’다. 올 1월엔 난징 스챠오(四橋)고속도로에 등장했다. 이미 8개 성과 시에 설치됐다.회사측은 1km 의료서비스를 내세우며 3년내 수십만개의 1분 진료소 설치를 공언하고 있다. 무인 AI 진료소 설치에는 1곳당 평균 3만위안(약 500만원)이 소요된다.

핑안하오이성은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AI의사는 물론 자사가 확보한 1000명의 의료진과 5000여명의 외부 의료진이 협업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원격 의료와 의약 배송 등을 위해 핑안하오이성과 손을 잡은 병원은 3100여곳, 건강검진센터는 2000여곳, 약국 1만 여곳, 기층 진료소 6만여곳에 이른다. 회사측은 자체 축적한 3억건의 온라인 의료 컨설팅 기록과 200여명의 AI전문가 등이 의사의 진찰 효율을 5배 이상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핑안하오이성은 2015년 4월 내놓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진단 및 치료법 제시, 온라인 예약, 의료 전문가 상담 등을 제공하는 중국 최대의 온라인 의료 플랫폼을 운영중이다. 원스톱 의료 건강 생태 플랫폼이라고 자처하는 이 곳에서는 약, 의료기기, 의료 상품권 등도 판매한다.

이 회사의 비전은 ‘모바일 의료와 AI를 결합해 매 가정마다 주치의를 두게하고, 개인의 전자 건강파일을 관리하며 건강관리 계획까지 안내하는 것’이다. 이 회사 앱 회원 수는 작년 6월말 기준 2억2800만 명, 월 이용자 수는 4860만 명에 달했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작년 상반기 매출은 11억위안(약 1800억원)을 기록했다.

핑안하오이성은 2018년 5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 전까지 전세계 최대 의료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통했다. 일본 벤처투자업계의 큰 손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투자했다.

바이슈에 핑안하오이성 사장은 "AI의 위대함은 비용 통제에 있다"며 "병원에 직접 가서 진찰을 받는데 수백위안 들어가는 비용이 온라인에서 받으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 사장은 "회사의 미션은 과학기술로 인류를 더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며 "인터넷과 AI로 의료 건강 산업을 재편해 고객이 세계 어디에 있던,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가 지난해 체인약국과 손잡고 원격 문진까지 가능한 미래 약국 보급을 시작했다. /알리페이
100여종의 약이 구비된 자판기를 둔 무인 AI 진료소를 가능케 한 건 의약 유통과 원격 의료 규제완화 덕이 크다. 의약 자판기는 2002년 상하이에서 처음 등장한 뒤 실용성 등을 이유로 존재감을 잃었지만 AI와 택배 시장이 발전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온라인 의약 판매는 2005년 베이징에서 처음 허가했다.

병원간 원격진료는 1997년 해방군총의원에서 처음 허용됐다. 2014년엔 광둥성 제2 인민의원이 처음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 의료를 시행해 혁신 여건을 조성했다. 특히 2017년엔 AI 문진 프로그램을 의료 기기로 허가했다. 지난해 4월엔 국무원이 ‘인터넷 플러스 의료건강 발전 의견’을 통해 의료 건강 관련 AI 기술 개발 지원에도 나섰다. 올 3월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의료서비스 액션플랜(2018~2020년) 개선을 위한 올해 중점 방안’에도 원격의료 서비스 일상화가 포함됐다. 베이징시는 올해 50여개의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편의점 등 약국 외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비약이 20종을 넘지 못하게 돼 있고, 온라인 판매도 불허되고,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의료는 2000년 첫 시범 사업 이후 19년째 제자리를 맴도는 한국과는 다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계열 금융사 앤트파이낸셜의 알리페이가 작년 4월 정저우(郑州), 중국 최대 SNS업체 텐센트의 위챗페이가 작년 7월 광저우에서 체인 약국들과 손잡는 등 인터넷 대기업도 의료 사업에 뛰어드는 열풍의 배경에 규제 혁파가 있는 것이다.

알리페이의 ‘미래 약국’은 얼굴로 신분 확인과 결제가 가능하고, 자판기도 구비돼 있고, 온라인으로 약사와 의사 문진이 가능하다. 반경 3㎞ 이내, 30분 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알리바바 계열 배달앱 업체 어러머(餓了麽)는 2017년 자체 앱에서 개설한 의료 건강 코너를 통해 500여 도시 1000만 가입자에게 의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판기를 통한 빠른 배송 체제도 구축 중이다. 어러머는 작년 7월부터 베이징과 상하이에 자판기를 설치하고 날씨와 시간대별로 배송비 4~12위안을 받고 24시간 의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택배원이 주문받은 약을 인근 자판기에서 빼내 배달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신유통의 택배서비스가 의료 현장에도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 ‘의사들의 슈퍼 조수’ AI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중산대 병원이 AI를 종양 제거를 위한 방사선 치료에 활용한 사례가 국제학술지에 실렸다고 전했다./차이나데일리
중국 중산대 부속 종양병원 쑨잉(孫颖) 교수팀은 지난 3월 26일 홍콩 중문대와 함께 국제학술지 라디올로지(Radiology)에 AI와 의사의 대결 결과를 게재했다. 중국 최대 방사선치료센터가 있는 이 곳에서 비인두암(鼻咽頭癌) 환자를 상대로 시합이 진행됐다. 방사선을 쏠 부위를 제대로 잡는 게 시합 내용이다.

위치의 정확도에 따라 암의 재발 여부가 좌우되고, 뇌 손상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최고 전문가는 수십분, 젊은 의사는 3~10시간 걸려야 방사선 쏠 부위의 윤곽을 그려낸다.

5~15년 경력의 방사선 치료 의사 8명과 맞붙은 AI의사는 정확도 면에서 79%를 기록해 4명을 앞섰고, 나머지 4명과는 비슷한 수준임을 입증했다.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언론들은 진단에 머물던 AI의사의 영역이 세계 처음으로 치료에 시도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쑨 교수팀은 AI의사가 보조할 경우 5명 의사의 치료 부위 윤곽 잡기 정확도가 평균 74%에서 79%로 상승했다며 경력이 짧은 젊은 의사들의 정확도를 빠른 시간 안에 올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쑨 교수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AI의사가 광저우·광시·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에서도 임상실험을 실시해 세계 비인두암 치료에 중국의 경험과 지혜를 제공하겠다는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월엔 중국의 화상인식 기술 업체 이투커지(依图科技)가 AI를 이용해 전자 병력을 토대로 질병을 진단한 기술 수준이 7년차 의사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실렸다. 이투커지의 창업자인 주룽(朱瓏)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층포럼에 참석, "역사상 처음으로 로봇이 이렇게 방대하고 복잡한 지식체계에서 인류 수준에 이르렀음을 논증한 첫 사례"라며 "이번 성과가 의사들의 질병 진단 능력을 크게 높이고, 의료자원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주룽 CEO에 따르면 AI의 얼굴 식별 능력은 4년 전 인류를 추월한데 이어 이후 10만배 높아졌다.

특히 4G보다 정보 전송 속도가 10배 빠른 5G가 AI와 결합하면서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보조 역할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상하이교통대-스탠포드대 지능의료연합실험실 주임 왕옌펑(王延峰)은 "현재 병원간 심지어 다른 의료진 사이에 정보시스템이 완전히 연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보화와 인터넷화는 진행중이고 지능화하는 이제 시작한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인류와 같은 교류 능력과 복잡 다변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하는 능력을 갖추는데는 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의 화타’가 미래의 의사를 실직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AI가 의사들을 시간이 소요되는 간단한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슈퍼 조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선루이(深叡)의료 리차오양(李朝阳) 부총재는 의사가 10분 걸려 300~400장의 영상을 보고 폐결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을 AI는 1분만에 할 수 있고 의사들이 영상을 보고 3~5분 걸려야 파악할 수 있는 뇌졸중의 출혈량도 매우 짦은 시간에 알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리헬스의 판이 주임도 "4명의 의사들이 50~180분 걸려야 할 수 있는 9000장의 영상 판독을 AI는 30분에 해낼 수 있다"며 "AI+의료의 현재 목표는 의사를 도와 서민들의 진찰 받는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자원과 도구를 사용해 의사들이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게 핵심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AI가 명의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BAT 의료 빅브레인 경쟁

중국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는 모두 의료 AI 기술을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하는 의료 빅브레인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는 2016년 6월, 알리바바는 2017년 3월 각각 의료 빅브레인을 선보였다. 알리바바는 의료 AI 닥터 유를 발표한 지 한 달 뒤인 2017년 8월엔 텐센트가 AI로 의료 영상을 분석하는 텐센트 미잉(觅影)을 내놓았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알리윈(阿里云)의 후샤오밍(胡晓明)총재는 2017년 중국 최대 유전자분석업체 화다지인(華大基因)과 손잡고 2020년까지 2000위안, 심지어 1000위안도 안되는 비용으로 24시간내에 대상자의 모든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알리윈과 화다지인, 안후이 의대 등은 이미 알리바바의 의료 빅브레인 계산 능력을 이용해 21시간 47분 12초만에 유전자 분석을 마쳤다. 알리바바 의료 빅브레인을 버전 2.0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알리헬스의 장원(張雯) 부총재는 "의료 빅브레인 2.0은 임상과 연구개발, 의료진 교육, 병원관리등에서 집중적으로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상 인식은 물론 생리신호 식별, 음성인식과 지식체계 구축 등을 통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텐센트 미잉은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영상 데이터 분석으로 의사들이 폐결절·식도암·자궁경부암·유방암·당뇨병 등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톈센트 미잉은 중국을 대표하는 의료 영상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2017년 11월 차세대 AI발전 규획 중대 기술 프로젝트 가동식에서 텐센트의 의료영상 시스템을 차세대 AI 개방 혁신 플랫폼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텐센트 의료 AI 실험실의 판웨이 주임은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텐센트 미잉은 50여명의 박사급 AI 전문가와 400여명의 AI 엔지니어 그리고 유명 의사들의 참여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텐센트의 AI실험실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텐센트 미잉은 작년 10월 스마트 의료 광둥성 차세대 AI 개방 혁신 플랫폼으로도 지정됐다. /텐센트 미잉
텐센트 미잉은 방사선과 의사 공급이 영상자료 판독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2017년 여름만 해도 텐센트 미잉을 이용하는 대도시 1급 병원은 10여곳이었지만 1년새 100여곳으로 늘었다. 마화텅(馬化腾) 텐센트 회장은 작년 10월 스마트의료 광둥성 차세대 AI 개방 혁신플랫폼 지정 행사에 참석, "텐센트 미잉이 진단 보조를 위해 판독한 사진만 1억장에 이르고, 관련 환자수도 10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국 의료 AI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 방사선과 종사자는 15만8000명으로 이 가운데 의사는 8만여명에 불과하다. 평균 한 명의 방사선과 의사가 매년 처리해야할 방사선 검사 건수가 1만2000여명분에 이른다. 중국에는 1500여개의 AI업체가 있고, 이 가운데 의학영상 분석 업체만 130여개사에 이른다.

아시아 최대 음성인식 기술업체로 AI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커다쉰페이가 개발한 AI 의사 조수는 본사가 있는 안후이성의 4개 현과 1개 구에서 대규모로 상용화됐다. 환자가 의사와 대화한 내용을 기초로 질병을 판단해서 의사에게 참고자료를 제시한다. 류칭펑(刘庆峰)회장은 "AI 의사 조수가 매일 1000여종의 질병 진단을 위해 1만6000여건의 진찰 의견을 내고 있다"며 "시골의사들의 진찰 수준을 어떻게 높이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다쉰페이의 AI 의사 조수 샤오이(曉醫)는 2017년 의사 자격시험에서 600점 만점에 456점을 받아 합격하기도 했다.

♢5G로 미래 의료 고속도로 건설하는 화웨이


4월 3일 광둥성 서남부 가오저우(高州)시 인민병원에서 선천성 심질환을 앓아온 41세 여성 환자가 4시간의 수술을 마쳤다. 특이한 건 이 수술에 400km 떨어진 광저우의 광동인민병원 전문가팀이 실시간으로 가이드를 하는 원격 의료 기술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대형 화면을 통해 가상현실(VR)기술로 만든 심장의 실시간 상태를 지켜보던 광둥인민병원 의료진은 신경 손상을 피하기 위해 절개 부위를 3cm 더 올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4G보다 전송속도가 10배 빠른 5G 통신망을 통했기에 가능했다.


위슈에칭(余学清) 광둥인민병원 원장은 "5G는 전송 지연이 1000분의 1초로 매우 낮아 대형 병원의사들이 기층 병원의 수술 의사들과 고품질의 영상 통화를 통해 수술 가이드를 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요우뎬(邮电)대의 인터넷 교환기술 국가중점실험실 장핑(張平)주임도 "4G는 전송속도 지연과 영상해상도가 떨어져 수술 생중계를 할 수 없다"며 "5G 환경에서는 매우 작은 출혈 부위도 빨리 파악해 수술의 안전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원격 수술을 가능케 한 5G 인프라를 제공한 곳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다. 화웨이는 앞서 지난 3월 16일 차이나모바일과 손잡고 중국에서 처음으로 원격 수술을 위해 5G 인프라를 제공했다. 베이징의 한 인민해방군 병원에서 파킨스씨 병을 앓는 하이난(海南) 환자를 상대로 한 수술이었다.

5G 원격수술은 5G 원격 회진 기술에 더해 이뤄진 것으로 차세대 통신기술과 의료 기술을 혁신적으로 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화웨이는 4월 2일 선전시 제3인민병원·차이나텔레콤등과 함께 5G 스마트병원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화웨이가 중국 통신사들과 미래 의료의 고속도로를 깔고 있는 것이다.

화웨이는 지난 3월 이투커지와 손잡고 스마트 의료 클라우드를 만드는 협약도 체결했다. 인터넷 3인방과 의료 클라우드를 놓고 경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가야할 길은 멀다. 중화 의학회 방사선학 분회와 중국의학영상 AI산학연혁신연맹이 작년 10월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의사들의 74%는 아직도 AI 관련 연구에 참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AI 의료영상 판독의 88%는 폐결절 검사에 사용돼 특정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통계정보센터는 작년 12월 25일 의료 AI 응용 사례를 공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까지 접수한 공모 사례 중에서 질병 예측, 질병 컨설팅, 질병 진단, 약물 개발 등의 분야 우수 사례를 선정해 널리 확산시키는 모델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에서의 AI 응용은 AI 윤리 기준 설정이라는 과제도 던진다. 인터넷 전문가 왕위에(王越)는 "역사적으로 특정기업이나 플랫폼에 의존할 경우 그 기업은 매우 도덕적인 기업이어야 하지만 영리목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보호 측면에서 영리 추구를 띠라잡기 힘들다"며 "정부는 관련 기준을 제정해 생명의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AI가 의학에 접목되는 것을 두고 관영 CCTV 등 중국 언론들은 ‘현대의 화타’ ‘인류의 복음’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중국에서 올해 시험 상용화를 하고 내년부터 본격 상용화될 5G가 이 같은 기대를 더 부풀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세계 최초로 5G 통신망을 개통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5G를 경제고속도로로 칭하고 세계 최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혁신과 규제혁파가 바꾸는 의료현장은 규제의 벽 때문에 우리가 치르고 있는 기회비용, 즉 5G에 담을 의료 혁신 생태계의 불모지를 부각시킨다.

주요 참고자료
‘중국 의학영상 AI 백서’(중국의학영상AI산학연혁신연맹, 2019년), ‘건강계 의료 AI 혁신 발전 연구보고’(건강계, 2019년), ‘중국 의료 AI 산업보고’(필립스, 2018년),’중국 의료 AI 발전 연구보고’(이어우, 2018년), ‘AI 발전 백서 산업 응용편’(중국 신식통신연구원,2018년), ‘5G를 향한 글로벌 경쟁’(CITA, 2018년),‘인류공동체를 위한 담대한 도전’(여시재,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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