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GP 철거 후 정찰병력 모자라… "敵 GP 일일이 보지마라" 일선 지침

조선일보
  • 권선미 기자
    입력 2019.04.11 03:07

    해상 적대행위 중지 합의 따라 유일한 실사거리 사격장 폐쇄
    연합훈련 폐지후 역습훈련 안해 "韓美동맹 훈련다운 훈련없어"

    9·19 남북 군사 합의에 따른 전방 GP(감시 초소) 철수 이후에도 국방부는 "대비 태세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전방 부대는 경계 업무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최근 GP 철수가 이뤄진 인근 부대 GP에는 '적(敵) GP를 일일이 보지 마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1개 GP당 감시해야 하는 적 GP가 늘어나 다 보기 어려우니 철책 위주로 보라는 취지"라고 했다. 이와 같은 지침은 남북이 전체 GP 수를 고려하지 않고 같은 수로 GP를 철수하면서 취해진 조치다. 기존에도 우리 측 60여개, 북한 측 160여개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는데 같은 수의 GP를 철거하면서 그 비율 격차가 3배로 더 벌어졌다.

    전방 감시의 약화는 최전방 장병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은 우리 군의 감시 공백을 북한군이 파고들면서 벌어졌다. 한 GP장(長) 출신 간부는 "당시 북한군이 MDL(군사분계선) 인근까지 내려오는 모습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관측됐다"며 "이들이 MDL 근처까지 가도 경고 방송을 하지 않는 GP를 포착해 지뢰를 묻고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이 ‘9·19 남북 군사 합의’에 따라 지난해 11월 철원 중부전선에서 GP(감시 초소) 시설물을 철거하는 모습.
    군 당국이 ‘9·19 남북 군사 합의’에 따라 지난해 11월 철원 중부전선에서 GP(감시 초소) 시설물을 철거하는 모습. /국방부 사진공동취재단

    주요 훈련은 비효율적으로 바뀌었다. 군사 합의서의 '해상 적대 행위 중지' 조항에 따라 육군 유일의 실사거리 포병 사격 훈련장인 강원도 고성 송지호 사격장은 사실상 폐쇄됐다.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장거리 사격용 무기는 제 사거리보다 짧은 거리 훈련만 할 수 있다. 서해 NLL (북방한계선) 일대 해상 사격도 못 하게 돼 서북 도서에 주둔한 해병대 K-9 자주포 부대는 작년부터 포를 육지로 옮겨 훈련 중이다. 해군 상륙함(LST)에 포를 실어 인천으로 옮긴 뒤 경기도 파주 무건리 사격장까지 트레일러로 나른다. 무건리 사격장은 7㎞까지 사격이 가능해 사거리 40㎞ 이상인 K-9 자주포에 적합하지 않지만, 이동 비용만 연간 20억원이 소요된다.

    한·미 연합 훈련 폐지 이후 실시된 '19-1 동맹' 연습에 참여한 간부들은 "이렇게 여유로운 연합 훈련은 처음"이라고 했다. 한 육군 간부는 "작년까지는 적 공격에 대한 방어·역습 훈련을 했는데, 올해부터는 역습 훈련이 생략돼 기간도 2주에서 1주로 줄었다"며 "상급 부대의 지시도 줄어 훈련한 것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경계·훈련 등 대비 태세를 약화시키는 합의를 군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평화가 보장된 것처럼 군비(軍備)를 축소하는 건 군사 지식을 배제한 조치"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