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오기 직전 美 "김정은 독재자… FFVD 될 때까지 제재"

입력 2019.04.11 03:01

[文대통령 訪美] 靑, 포괄적 합의 후 단계적 조치하는 '굿이너프 딜' 내세우는데
폼페이오 "北과 협상하는 동안에도 최대 경제적 압박" 재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전날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와 '제재와 압박'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 필요성을 앞세워 '포괄적 비핵화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라는 우리의 '굿 이너프 딜' 방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구나 단독 회담이 정상 부부가 참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양 정상이 제대로 담판을 할 시간도 충분치 않다는 관측이다.

◇대화 재개 중재안 통할까

청와대는 비핵화의 목표만 확인되면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이행하는 '굿 이너프 딜' 방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면 그 대가로 제재 완화를 하겠다는 '포괄적 합의' 방안에 무게를 둬왔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을 통해 미·북 간 대화를 재개하자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북 간 대화 중단이 길어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정은을 "좋은 친구"라고 평가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또 5~6월 중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訪韓)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을 성사시킨다면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떠나는 文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미국으로 떠나는 文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지호 기자

문제는 문 대통령의 방미(訪美)를 앞두고 미국에서 제재 강화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9일(현지 시각) 미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과 협상 동안에도 최대 경제적 압박은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 5일에도 "궁극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對北) 외교의 목표에 대해 'FFVD' 원칙과 함께 재래식 수단의 위험 감소를 제시했다. 하노이 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제시했던 핵·탄도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대량살상무기 제거 등 '빅딜' 방안이 유지되고 있다는 메시지다.

이와 함께 미 국무부는 10일 최근 갱신한 '북한의 불법 선적 행위에 대한 지침 갱신'이라는 대북 제재 주의보를 한국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러시아어 등 5개국 언어로 번역해 국무부 사이트에 게시했다.

이번 정상회담 형식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단독회담에서 양 부부가 배석해 안부나 가족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작 비핵화 문제는 제대로 논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문 대통령이 '중재안'을 관철하기엔 트럼프를 설득시킬 시간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대통령 부인은 법령으로 규정되는 보안 업무 규정상 국가 비밀을 취급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독회담에서 민감한 안보 사안들이 본격 논의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 경협 등 제재 완화는 일단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북 제재와 관련된 미국 내 강경 기류를 감안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제재의 틀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묶어 두기 위해 북한이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위한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뜻은 밝힐 수 있다.

◇WP "韓·美 다른 대본 읽을 수도"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한국의 '굿 이너프 딜'에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미국의 소리)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제재 완화 조건은 '모든 핵 시설 목록 공개, 사찰 권한, 추가 핵 물질 생산 금지' 등이며 문 대통령이 북한을 설득해 주기 바랄 것"이라며 "'굿 이너프 딜'이란 표현은 기준을 낮추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미국이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중대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제재 완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과 미국이 서로 다른 대본을 읽을 수 있다"며 "한·미 간에 오해와 불신이 상존해 있다고 한국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설명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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