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이 8일 고층 건물 신축을 억제하고 도심 원형 보존을 중시하는 자신의 재개발 정책 기조를 강조하면서 "여러분은 제가 피를 흘리고 서 있는 게 보이지 않느냐"고 했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골목길 재생 시민 정책 대화' 행사 인사말에서 이같이 말하고 "아침에 화장해서 얼굴은 말끔한 것 같지만 저는 피를 흘리고 있다. 저를 상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층고를 높여달라, 용적률을 높여달라(요구하는지 아시느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의 노후 주거 지역 주민과 건축 전공 대학생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박 시장의 '피 발언'은 원래 원고에 없었던 내용이다. 고층 아파트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하고 원형을 보존한다는 '박원순표 재개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정면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 시장은 "과거의 뉴타운, 재개발 이런 것을 통해 (건물이) 끊임없이 높아졌다"며 "사람들이 개미구멍처럼 (집에) 찾아 들어가면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이것이 서울의 미래이고 우리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냐"고도 말했다. 시 관계자는 "용적률이나 층고 같은 수치로 재개발의 기준을 결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하려던 것이 다소 감정이 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날 발언은 서울 강남의 노후 아파트 주민들이 "서울시 때문에 재건축이 지연되고 있다"며 잇따라 집단행동에 나서는 가운데 나왔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9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행정갑질 적폐청산 및 인허가 촉구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조합 측은 2000여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 300여명도 지난달 29일 시청 앞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관련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촉구대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