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무실, 마음만은 벚꽃 놀이….' 게임 프로그래머 권선(31)씨는 최근 자신이 직접 만든 벚꽃 파스타 샐러드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벚꽃 모양의 파스타를 삶아 야채와 함께 레몬 드레싱에 버무린 것이랬다. 분홍빛 파스타가 꽃잎처럼 보였다. 권씨는 "마음만은 미세 먼지와 야근에서 벗어나 꽃놀이를 즐기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봄꽃이 뭐기에. 여기도 저기도 봄꽃 타령이다. 주먹밥에도 과자에도 디저트에도 온통 꽃이 내려앉았다. 지난달 말부터 '벚꽃 에디션' '봄꽃 한정' 같은 수식어가 붙은 봄꽃 한정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꽃'과 '바캉스'를 합친 '꽃캉스'란 단어도 등장했다. 꽃 보며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꽃캉스엔 '벚꽃 도시락'
서울 성수동에 있는 유부초밥 도시락집 '엔소쿠'는 요즘 아침부터 줄을 서야만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도시락은 지극히 간결하다. 도톰한 계란말이를 밑간한 밥에 얹고 유부로 감싸준 게 끝. 그런데도 사람들이 몰린다. 특히 봄꽃이 피기 시작한 3월 말부터 주문이 밀려들었다. 이윤화 푸드 컨설턴트는 "꽃구경 가서 도시락을 즐기는 문화는 본래 일본에서 발달했지만 최근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유럽에까지 번졌다"고 했다. "음식을 사진 찍으며 즐기는 시대잖아요. 찍으면 예쁘니, 꽃과 대비되는 간결한 음식이 인기지요. 한두 가지 맛있는 재료만 넣은 주먹밥이나 유부초밥, 돈가스·계란말이 샌드위치가 특히!"
서울 문래동에서 젊은 셰프들과 모던 캐주얼한 일식집 '호시엔'을 지휘하는 김상욱 셰프는 "벚꽃 주먹밥처럼 간단하고 정갈한 가정식으로 도시락을 차리면 더욱 돋보인다"고 했다. "벚꽃 흐드러지게 필 때 벚꽃잎을 따서 물에 잘 헹군 다음 소금을 가득 넣고 절여요. 벚꽃 소금 절임을 만드는 거죠. 이걸 한 해 묵혔다가 다음해 벚꽃이 필 때 꺼냅니다. 미지근한 물에 벚꽃 절임을 담가놓으면 꽃 모양이 살아나죠. 이걸 얹어서 벚꽃 주먹밥을 만들고 벚꽃떡을 만들기도 하죠."
예쁘기만 하고 맛은 별로인 건 아닐까? 김 셰프는 고소하고 풍성한 맛을 더하기 위해 달걀을 소보루빵 가루처럼 보드랍고 고슬고슬하게 스크램블 형태로 볶아내는 '달걀 소보루'를 주먹밥에 섞어준다고 했다. 달걀 스크램블을 만들 때 취향 따라 생크림이나 버터를 더해도 좋다. 밑간한 밥에 넣고 섞어준 다음 삼각 틀에 넣어 주먹밥을 만들면 완성!
일본식 계란 샌드위치도 추천했다. 다시마를 우려낸 물 한 컵과 계란 5~6개를 잘 섞어준 다음 사각 프라이팬 위에 인내심을 갖고 한 겹, 한 겹 말아주면 풍성한 계란말이가 된다. 이것을 김밥용 발에 넣고 꾹꾹 눌러 직사각형을 만든 다음 식혀 굳힌다. 잘라서 흰 식빵 사이에 끼워주면 그만이다.
◇봄날 음료는 '분홍분홍'
벚꽃 파우더는 대형 마트부터 '커피마켓' '더아이스몰' 같은 각종 온라인몰에서 요즘 흔하게 파는 재료. 어디에 섞어줘도 고운 벚꽃 빛깔을 띤다. 탄산수나 토닉워터에 벚꽃 파우더를 섞고 매실청·올리고당 등을 넣은 다음 얼음을 채워주면 빛깔까지 '분홍분홍한' 벚꽃 에이드가 된다. 투명한 빛깔의 보드카에 벚꽃 파우더를 섞고 설탕 시럽을 더해주면 벚꽃 칵테일이 된다. 취향 따라 체리 주스 등을 섞어주거나 레몬즙·라임즙을 더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