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文 정부, 도덕적 우월감의 극치

조선일보
  • 김대중 고문
    입력 2019.04.09 03:17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엊그제(4월 6일) 마이클 브린 전(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읽고 한편 부끄럽고 한편 참담했다. 그는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추모 시설을 만드는 것이 적절한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세월호 희생자들이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국내 정치적 의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본다"고 썼다.

    부끄러웠던 것은 이런 지적과 문제 제기를 한국 기자가 아닌 외국 기자가 했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건'이 5년 동안 이 땅에 머무는 동안, 마이클 브린씨와 비슷한 견해를 가졌던 한국 기자가 없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해 세월호의 정치적 이용과 광화문 광장의 부적절성을 본격적으로 지적한 것을 읽은 기억이 없다.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는 문제에 나는 역설적으로 관대(?)하려고 노력했다. 세월호에 편승해 전 대통령과 정권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 세력이 '세월호'가 고마워서라도 세월호를 쉽게 접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제 그만해도 될 때가 됐다는 생각이었고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글로 쓰지 못했다. 편리하게 외면한 것이다. 집권층과 좌파 세력의 반대를 키워주고 싶지 않았고 세월호 희생자 모독이라는 '딱지'가 싫어서였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참담했던 이유다. 마이클 브린이 지적한 한국인 특유의 '희생자 프레임'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중요한 국가 중 하나임에도" 자신들이야말로 '사악한 타인(他人)의 희생자'라고 내세우고 싶어 하는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있다고 했다. 공병호 박사는 '좌파적 사고'라는 책에서 도덕적 우월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도덕적 윤리적 우월성이다. (중략) 386세대 가운데 일부는 아버지 세대에게 '그때 당신들은 뭘 했습니까?'라고 묻곤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팽배한 좌파적 사고에서 보면 우파적 세대와 과거 우파 정권은 굴욕적이었고 패배주의적이었으며 자기들이야말로 '적폐'를 청산할 '정의의 무사'라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빨갱이'란 말을 입에 올렸고 '친일'을 청산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문 정권의 특징은 자기들은 도덕적이고 우월하며 오류가 없다는 듯이 행세하는 것이다. 과거 우파 정권의 모든 것을 뒤집어엎고 정의롭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 전 정권 사람 150여명이나 감옥에 넣고도 '과거사 진상 조사'라는 명목으로 과거를 뒤집고 지나온 건국과 민주화의 역사를 재설정한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국민의 호응과 관심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문 정권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전 정권 사람보다 낫다는 국민적 인식은 없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 정권보다 좁은 인물난에 '끼리끼리'이고 '그 나물에 그 밥'식으로 허덕이고 있다. 탈원전이니, 소득 주도니, 4대강 보 허물기 등 내놓는 정책마다 파열음만 쏟아낸다. 집권한 지 2년도 채 안 됐는데 문 정권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과 실망감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심하다. 대북 문제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공세로 돌아섰다. 반대 세력이 한·미 간 공조의 틈을 벌린다며 갈등과 대결의 과거로 되돌아가려 한다고 반박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남북'은 평화고 그 평화의 조건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비판은 대결로 모는 이분법은 이 정권의 도덕적 우월감의 극치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의 문 정권에서는 그들의 주장 내지 자부심에 부합하는 도덕적 우월성을 찾을 수 없다. 그들은 다만 '다를 뿐'이다. 좋은 쪽으로 다를 수 있지만 나쁘게 다를 수 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들에 보다 겸손하고 남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간다면 좋은 쪽으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너희는 떠들어라 우리는 간다'거나 안하무인으로 가면 장담컨대 이 정권은 나쁜 쪽으로 다르게 흘러갈 것이다. 통일부 장관 임명 강행이 그 본보기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역사학자 바버라 터크먼은 그의 책 '독선과 아집의 역사'에서 이렇게 썼다. "성공적인 혁명은 모두 그것이 몰아낸 폭군의 옷을 조만간 입는다. 악정(惡政)에는 ①폭정 또는 압정 ②지나친 야심 ③무능 또는 타락 ④독선 또는 아집의 네 종류가 있지만 몇 가지가 결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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