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학점 쌓아 학위·자격증 취득… 자기계발·새 진로 찾는다

입력 2019.04.08 03:00

학점은행제 제대로 알고 활용하자

최근 학점은행제로 학사학위에 도전한 직장인 김강섭(가명·26)씨는 수강 신청 과정에서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전적대 이수과목, 학점 인정 신청 등 낯선 용어와 마주해야 했기 때문. 이에 시간표를 만들어준다는 '학점은행 플래너'를 고용했지만, 수강료만 부풀려 받은 다음 연락이 끊겼다.

새 학기 들어 일부 학점은행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설 플래너 등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게시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학점은행제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학습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로 1998년부터 평생교육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2월 학점은행제로 교육부장관 명의의 학사·전문학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2만6913명, 작년 한 해 등록한 학습자만 11만8318명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는 일부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매치업(Match業·산업맞춤 단기직무인증과정)도 학점으로 인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활용의 폭은 더 넓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학점은행제 활용법을 살펴봤다.

/일러스트=나소연
◇학습자 상황에 맞게 학위 취득… 기존 학습 이력도 학점으로 인정

학점은행제는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학점을 쌓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을 비롯해 직업전문학교·학원·평생교육시설 등에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시간제 등록제를 활용하면 대학과 사이버대학에 입학하지 않고도 재학생과 함께 학기당 12학점까지 들을 수 있다. 이전에 다니던 대학이나 전문대학 학점이 인정돼 기존의 학습 이력도 활용할 수 있다. 기술사·기사·산업기사 등 취득한 각종 자격증도 학점으로 변환된다.

이 중 학습자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식을 고르면 된다. 최근 관광식음료 전공으로 전문학사 학위를 받은 강지숙(47)씨는 "직업전문학교에서 현장 강의를 들었다"며 "학사학위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도록 인터넷 강의를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점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학위를 발급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대학 대신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24세 이하 학점은행제 학위수여자 비율은 2017년 18%, 2018년 22%, 올해 26%로 꾸준히 증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학위를 다시 받는 경우도 많다. 올해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다시 받은 비율은 37%다. 김현태(43)씨는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뇌병변장애로 교편을 놓았다"며 "두 개의 학사 학위와 한 개의 석사 학위가 있지만, 석사 학위를 추가로 취득해 사서교사로 교직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격증으로 새로운 진로 모색… 학점 인정받아 대학원 지원·시험 응시

학위 외에도 활용법은 다양하다. 최근에는 학점은행제로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학습자가 느는 추세다. 서울디지털대학교에 따르면 시간제 등록제 이용 목적은 자격증 취득이 40%로 학위 취득(37%)보다 많았다. 최근 학점은행제로 사회복지사 2급을 취득한 한희숙(45)씨는 "50대 이후에는 지금처럼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기 어려울 것 같아 새로운 진로를 모색했다"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바탕으로 퇴직 후에 요양사로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점은행제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평생교육사 2·3급 ▲건강가정사 ▲이·미용사 ▲청소년지도사 2·3급 ▲문화예술교육사 2급 ▲한국어교원 2급 ▲2급 정사서 등이다.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학력과 이수과목 조건은 해당 자격 발급처를 확인해 봐야 한다.

학점만 취득하는 게 목적인 사람들도 있다. 대학·대학원 지원 시 선수과목 요건이나 시험 응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공인회계사 시험(CPA)에서 응시 자격으로 요구하는 회계학 및 세무 관련 과목 12학점, 경영학 과목 9학점, 경제학 과목 3학점은 학점은행제로도 충족할 수 있다.

단순 자기계발을 하더라도 기록이 남는다는 특징도 있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학점은행제를 이용한 김강주(가명·35)씨는 "업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시간제 등록제로 문예창작과 수업을 들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관계자는 "시간제 등록제의 경우 관심 분야를 배우기 위한 직장인이 대부분"이라며 "공부한 결과가 학점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기관 충분히 알아봐야… 과대광고·사설 컨설팅 주의

학점은행제를 이용할 때는 교육기관을 충분히 알아보는 노력이 필수다. 교육기관마다 제공하는 교육의 질이 다르고,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학습자의 눈을 속이는 과대·거짓광고가 이뤄져서다.

우선, 평가인정을 받은 기관인지 확인해야 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학습과정이 대학에 준하는 학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인지 평가한다. 시설과 설비, 교육과정 등을 확인하는 식이다. 이렇게 인정받은 교육기관은 학점은행 사이트의 '교육훈련기관 조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198개를 비롯해 교육훈련기관은 총 430여 곳이다.

공식적으로 인가받은 기관이라 하더라도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학점은행제 알리미 사이트에서 '위반내용 및 조치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 기관별로 성적평가, 출석관리 등 무엇이 미비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그 외에도 학점은행제 알리미 사이트는 장학금 지급 현황, 학습비 반환 현황을 비롯한 정보를 안내해, 실질적인 학사 제도 운영을 가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대광고하는 경우도 유의해야 한다. '학점은행제 대학'과 같이 대학처럼 광고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해당 경우에 벌점을 부과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기관에서는 과대광고가 계속된다. 작년 한 해 고등교육법상 대학으로 오인하도록 유인하거나 과대·거짓 광고로 인한 행정처분만 665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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