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과연 광화문광장이 적절한 공간일까

입력 2019.04.06 03:07 | 수정 2019.04.08 11:47

광화문에 세월호 추모 공간, '사악한 타인의 희생자'라는 한국 특유의 사고방식과 연관
이미 민주주의, G20, 선진국인데 '제3세계 빈곤국' 여기는 공직자… 정치적 목적으로 국론분열 일으켜

마이클 브린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마이클 브린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오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5주년을 맞아 서울시가 다음 주에 광화문광장에 사망자 304명을 기리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만들어 공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내년에 광화문광장을 보수할 계획이라, 이 시설이 한시적이 될지 상설이 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사고는 끔찍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라 더욱 그랬다. 그래서 누구도 그때 숨진 304명을 이런 식으로 기리는 데 공공 예산을 쓴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광화문에 살거나 근무하는 사람들은 광화문광장 남쪽 끝에 있는 세월호 천막에 익숙해졌다. 지나간 다섯 번의 여름 동안, 우리 집 아이들도 줄곧 세월호 천막 옆 물분수에서 뛰어놀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이 적절한 장소인지 의아하다. 확실히 이곳은 세월호 추모 시설이 들어서기에 맞는 공간이 아니다.

반대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광화문광장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공 공간이다. 한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위인인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여기 서 있다. 선박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설은 이 두 분이 상징하는 광화문광장의 주제와 맞지 않는다. 추모 시설이 들어설 보다 적절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둘째로, 서울시가 이곳에 세월호 추모 공간을 만들려 하는 건 '한국인은 희생자'라는 한국 특유의 사고방식에 맞닿아 있다. 나는 이런 프레임이 이미 현실과 동떨어지게 됐다고 본다.

한 국가가 반드시 군주나 군사적인 영웅을 통해 국가 정신을 드러내 보일 필요는 없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영예를 돌리자는 주장에 나는 찬동한다. 언젠가, 땀 흘리며 고생해 이 나라를 가난에서 건져올린 보통 사람들의 동상이 서는 것을 꼭 보고 싶다는 게 내 바람이다. 이 나라의 젊은 세대가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를 기리며 "이 나라의 가장 위대한 세대에게 영원한 감사를 바친다"는 헌사와 함께 세워야 할 동상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자신이야말로 사악한 '타인'의 희생자라고 내세우고 싶어 하는 경향, 따라서 자신은 도덕적이라고 느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일본대사관 바로 앞에서 종군위안부 소녀상을 보는 이유가 거기 있다. 80년 전의 일을 이런 식으로 항의하는 건 외교사에 전례가 없다. 일본과 한국이 둘 다 민주주의 국가고, 가까운 우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례적이다. 하지만 소녀상 옆 천막에서 자는 사람들과 매주 수요일 점심때 데모하러 오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여긴다. 자신들이 희생자로서의 한국을 대변하고 있다고 느낀다.

개개인이 그러는 건 몰라도, 공직자들조차 이런 대중의 태도를 지지하고 대중과 똑같이 생각한다. 그들조차 한국을 제3세계 빈곤국인 양 여긴다는 얘기다. 현실에서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중요한 국가 중 하나인데도 말이다.

내가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추모 시설을 만드는 데 반대하는 셋째 이유가 여기 있다. 나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국내 정치적인 의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4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에 "세월호의 비극 이후 우리는 달라졌다"며 촛불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짐도 세월호로부터 시작됐다"고 썼다.

그가 말한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한국은 이미 민주주의 국가고, 이미 G20 국가고, 이미 선진국이었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 해운업에서 아직도 부패가 심각한 상태라는 점, 위기 대응 능력이 미발달 상태라는 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세월호와 함께 시작됐다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대통령 말에 담긴 의미는, 세월호 전까지 리더 없이 사분오열됐던 당시의 야당이 이제는 권력을 잡았고, 그때 여당이 지금은 리더 없이 사분오열된 상태라는 것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대통령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에 앞서 대한민국을 이끈 이들은 모조리 부패한 자들이었던 양 느낀다. 현 정부는 '전임자는 더럽고 우리들은 순결하다'는 포즈를 취한다. 하지만 요새 터지는 추문들과 앞으로 3년간 터져 나올 추문들이 그렇지도 않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나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좌우의 정쟁에 이용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늘 있는 정쟁이긴 하지만, 희생자들의 영혼은 아마 국민들을 분열시키기보다 한데 뭉치게 하는 방식으로 안식하고 싶을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