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 밤 11시의 5G 소동이 보여주는 것

조선일보
입력 2019.04.05 03:18

국내 통신 3사가 3일 밤 11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개통했다. 5G 상용화는 5일 0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미국 업체가 상용화 일정을 앞당길 것이라는 소식에 정부와 통신사가 급하게 개통을 앞당겼다. 부랴부랴 개통으로 '세계 최초' 타이틀은 지켰으나 정부가 미적대온 5G 시대의 준비 부실이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건 아니다. 원래 통신사들은 지난 3월 말에 5G 서비스를 개시하려 했으나 5G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정부가 인가해주지 않고 제동 거는 바람에 지연돼왔다. 사사건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부의 규제 본능이 웃지 못할 개통 소동을 낳았다.

현 4세대보다 20배 빠른 5G 이동통신은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차세대 산업의 핵심 인프라다. 자율 주행차를 비롯, 스마트공장·스마트시티·헬스케어 산업에 필수적이다. 5G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장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 5G 개발 경쟁에서 출발은 빨랐으나 이미 기술에서 미국·중국 등에 역전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보고서에 따르면 1년 전 우리 5G 경쟁력은 중국과 함께 세계 1위였지만 올해는 3위로 밀려났다. 대신 미국이 중국과 함께 선두다. 5G의 핵심 특허는 화웨이·ZTE 등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 갖고 있다. 미국·중국은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확고한 정책 비전으로 선발국 한국을 제치고 5G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이겨야 그걸 기반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신요금 깎는 포퓰리즘 경쟁만 반복한다. 5G 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빅데이터 수집이나 원격 의료 등의 관련 분야 규제도 여전하다. 일본의 5G 준비를 둘러본 전문가들은 "큰일 났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5G, AI, 빅데이터에 정말 어느 정도의 관심이 있나.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