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F-35 스텔스 공군의 오늘엔 현명한 지도자들이 있었다

조선일보
  • 양상훈 주필
입력 2019.04.04 03:17

1949년 전투기 0대로 공군 창설했던 나라… 이승만 벼랑끝 외교로 제트기 100대 얻어내고
박정희 월남 파병 대가로 세계 4번째 팬텀 공군, 박근혜는 논란 속 F-35스텔스 선택 결단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9번째로 스텔스 전투기(F-35A) 보유국이 된 것은 공군 전력의 이른바 퀀텀 점프(차원이 다른 도약)다. 우리 안보에서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F-35는 5세대 전투기로 4세대인 F-15나 F-16과는 차원이 다른 무기다. 세대가 다르다는 것은 쉽게 말해 교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1950년대 개발 전투기가 주축인 북한은 공중 전력에 관한 한 거론할 대상이 아니다. 이제 우리 공군은 중국,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했다.

미국은 F-35를 영국 등 8개국과 합동 개발했다. 막대한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한 것이다. 그 합동 개발국이 아니면서 F-35를 '도입할 수 있었던' 나라는 한·일·벨기에뿐이다. '도입할 수 있었던'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F-35는 돈을 준다고 미국이 파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터키는 F-35 도입 계약까지 맺었으나 미국과 관계가 나빠지며 도입 무산 수순으로 가고 있다. 한·미 동맹이 아니었으면 한국의 F-35 도입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우리 공군의 이런 비약적 발전은 결코 갑작스럽거나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지금은 한국이 세계 10위권 안팎의 경제 국가이지만 6·25전쟁 직후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심지어 아프리카 국가들만도 못한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한때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공군을 보유했다. 그 사연은 이렇다.

6·25전쟁이 장기화하자 미국은 적당한 휴전으로 발을 빼려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 동맹 없이 휴전되면 북한이 다시 침공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봤다. 이 대통령은 한국군 단독 북진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미국에 한·미 동맹 체결을 강요했다. 미국 대통령 이하 당국자들은 '이승만이 칼을 물고 뜀을 뛴다'(외교의 세계·최병구)고 혀를 찼지만 '같이 죽자'는 한국 대통령의 결의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내키지 않던 한·미 동맹을 체결하고 한국에 막대한 군사원조를 해야 했다. 군사원조는 1955년에만 4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로 우리가 일본에서 받은 돈이 5억달러이고 그게 경제 발전의 밑천이 된 것을 생각하면 4억2000만달러는 엄청난 돈이었다. 그 한 부분이 100대의 제트 전투기였다. 1949년 창군 때 전투기 0대의 우리 공군이었다. 아마도 세계 공군 역사에 이렇게 가난한 나라의 공군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성장한 기록은 없을 것이다.

또 한 번의 사건은 박정희 대통령 때 있었다. 박 대통령은 1965년 월남 파병을 결단했다. 월남에서 고전 중인 미군이 결국 주한미군을 빼서 월남으로 이동시킬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국군이 가서 실전 경험을 쌓고 미국의 도움을 받아 국군 현대화를 이루자는 생각이었다. 당시 F-4 팬텀 전투기는 지금 F-35와 비슷할 정도의 최첨단이었다. 세계에서 미국, 영국, 이스라엘만 보유하고 있었고 일본도 없었다.

1967년 월남 파병과 관련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최규하 외무장관에게 "팬텀기를 도입할 수 없으면 회담을 깨라"고 지시했다. 계속 다른 기종을 제시하던 미국은 결국 이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해 받은 군사원조 1억달러를 어떻게 쓰느냐는 논란이 벌어졌다. 육군과 해군도 모두 절박한 과제가 있었다. 국방장관 주재 합동회의에서 장관은 박 대통령의 친필 메모를 읽었다. "1억달러 중 팬텀기 도입에 6800만달러를 쓰시오." 이렇게 팬텀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 공군에 들어왔고 상당 기간 한국 팬텀 공군은 아시아 최강 수준이었다.

F-35 도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했다. 2014년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 경쟁은 5세대 F-35와 4세대 F-15의 대결이었다. 공군의 미래와 안보를 생각하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F-35였지만 경쟁인 탓에 잡음도 낳았다. 음모론에 뒷거래설이 나왔고 실제 정권이 바뀐 뒤 감사원을 동원해 조사까지 했다. 당연히 선정했어야 할 기종이 선정됐는데 무엇이 있을 까닭이 없었다. 거꾸로 만약 그때 스텔스기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됐겠나. 생각하기도 싫은 국가적 대실책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중국은 자체 스텔스기를 수백 대 보유할 것이 확실시된다. 일본은 F-35를 150대 가까이 보유하고 수직이착륙기인 F-35B까지 도입해 사실상 항모를 운영한다고 한다. 우리 F-35 40대로는 역부족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 지도부의 도발 의지를 꺾으려면 압도적 제공권을 확보해야 한다. 일자리 만든다며 날린 54조원이면 300대가 넘는 F-35를 살 수 있다. 타당성 조사도 없이 묻지 마 식으로 퍼붓는다는 건설사업 24조원이면 130대다. 단순 계산이지만 우리가 정치적으로 뿌리는 혈세의 기회비용이 얼마나 큰 것인지는 알아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