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한 계(鷄)·집·애 주세요"...찜닭집 '여성혐오' 논란

입력 2019.04.03 16:19

배달 앱으로 영업하다가 네티즌에 공분
창업 한 달만에 임시휴업에 상호명 변경
업주 "닭을 사랑해서 지은 이름인데…"

‘찜닭에 꽂힌 계집애’란 이름을 내걸었던 한 찜닭 업체가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여 임시 휴업했다. 이 업체는 서울 강서구에 매장을 두고, 배달 전문 앱을 통해 온라인 홍보와 판매를 주로 하는 곳이다. 업체 측은 닭 계(鷄), 이을 집(緝), 사랑 애(愛)라는 세 글자를 붙여서 ‘계집애’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는데, 인터넷 게시판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선 여성을 비하하는 시대착오적인 표현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은 것이다.

지난달 30일 ‘여성시대’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업체가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을 유머 코드로 장사에 이용했다는 내용과 사진 등이 포함된 게시글이 올라왔다. 상호명과 메뉴에 여자아이를 낮잡아 부르는 ‘계집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 따르면, 이 업체 메뉴에는 매운맛 찜닭은 ‘화끈한 계집애’, 닭 반마리 양의 찜닭은 ‘반반한 계집애’, 두마리 양은 ‘두마리 계집애’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특히 이 업체를 이용한 일부 고객들은 "화끈한 계집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반반한 계집애 가져다 주세요" 등의 글을 올렸고, 업주는 "계집애는 원하는 거 다 해드리겠다"는 식의 답글을 달았다.

지난 1일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진 한 찜닭 업체의 상호명·메뉴명의 모습(왼쪽)과 이를 유희하듯 쓴 후기 내용(오른쪽 하단). 문제가 불거지자 업주는 지난 2일 메뉴 이름을 수정(오른쪽 상단)했다. /배달 앱 캡처
지난 1일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진 한 찜닭 업체의 상호명·메뉴명의 모습(왼쪽)과 이를 유희하듯 쓴 후기 내용(오른쪽 하단). 문제가 불거지자 업주는 지난 2일 메뉴 이름을 수정(오른쪽 상단)했다. /배달 앱 캡처
이번 논란은 한 네티즌이 이 업체가 등록된 배달 전문 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 네티즌은 "상호명과 메뉴명이 여성 강간을 연상케 한다"고 항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이 업체 관련 게시글에는 "아직도 어떤 시대인지 모르고 이런 걸 메뉴명으로 적다니" "계집애라는 단어 선택에 고의성이 느껴지는 저급한 말장난" 등의 댓글이 달렸다. 업체 인근 주민 김모(여·51)씨는 "평소 이름을 왜 하필 저렇게 지었는지 궁금했다"면서 "한번 시켜보고 싶다가도 ‘계집애’라는 문구를 보면 먹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배달 앱 측은 이용객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지난 1일 오전 이 업체에 "상호명을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배달 앱 관계자는 "사회 질서에 반하는 메뉴명이라고 판단해 업주에게 수정 요청을 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날 업주는 "결국 상호 변경 전까지 가게 문을 닫게 됐다"고 공지했다.

업주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닭을 사랑한다는 의미로 여러가지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는데 이게 강간을 의미하고 여성을 비하한다는 반응은 좀 과한 것 같다"면서 "자영업자들은 규모가 크든 작든 전 재산을 털어 넣어 몇 달간 준비해서 창업을 하는데, 오픈한 지 한 달만에 이름 때문에 문을 닫게 돼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2일 업주는 배달 앱에 등록된 이름을 모두 수정했다. 상호명에서 ‘계집애’라는 단어를 뺐고, 메뉴명은 모두 ‘계집애’를 ‘닭(鷄)집애’로 바꿨다. 닭 계(鷄) 자를 그냥 한글 닭으로 고친 것이다.

‘계집애 상호 논란’에 대해 한치원 특허법인 IPS 변리사는 "상표법에서는 공서양속(公序良俗·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지금 정서상 계집애란 단어가 여성 폄하적이라고 여겨진다면 등록이 안 될 수 있다. 등록이 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이의제기를 하면 상표 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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