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1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정권이 바뀌었는데 청년 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며 울었다. 엄 대표는 "정권이 바뀌었고, 청년들은 수많은 기대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직까지 정부가 청년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은 대개 단편적"이라고 했다. 이어 "청년 문제는 사회 이슈에 따라 때로는 비정규직 문제였다가 때로는 젠더(gender·性) 문제 정도로만 해석될 뿐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해석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고 했다.

"청년정책 나아진 게 없어요" 대통령 앞에서 울어버린 청년 - 엄창환(오른쪽 사진)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정권이 바뀌었는데 청년 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 사진은 엄 대표의 발언을 듣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이날 간담회에는 참여연대·소비자연맹 등 진보·보수 성향 시민단체와 정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엄 대표가 속한 단체는 그동안 청년 취업 및 정치 참여 확대 같은 청년 운동을 해왔다.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서울·경기·부산·제주에 지역 모임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함께 '포용 국가와 청년 정책'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엄 대표는 "우리 단체는 청년 문제가 일자리 문제에 한정되는 것을 넘어 청년을 사회 주체로 등장시키고, 다음 사회를 위한 미래 사회정책으로서의 청년 정책을 도입하자고 이야기해 왔다"며 "담당 비서관도, 담당 부서도 없어서 이것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저희는 전혀 전해 들은 바가 없다. 이런 것들을 좀 챙겨 달라"고 했다.

엄 대표는 "대통령께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서 인천공항을 방문하셨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 뒤 울먹이기 시작했다. 사회자가 "박수 한번 보내달라"고 하자 엄 대표는 "죄송하다.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우리 세대에게는 숙의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하고, 그걸 자체적으로 행할 수 있는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계속 눈물을 보였다. 엄 대표는 "이야기가 더 있는데 못 하겠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챙겨 달라"고 했다. 엄 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운 것은 자신들이 주장해온 청년 정책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데 대한 섭섭함으로 해석됐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다수의 진보 단체와 일부 보수 단체 등 80여 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보수 단체로 분류되는 이갑산 범시민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국민이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청와대가 약속했는데 최근 청문회 이슈를 보면 여전히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촛불 정권'이라고 하는데 이 정부가 촛불에 타 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민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호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대통령이 중심에 서고 사법부와 행정부,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범국가적인 차원의 사법 개혁 추진 기구를 구성하자"고 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정부의 재벌 개혁 의지가 약해진 것 같다는 비판이 많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보수나 진보 등 이념은 정말 필요없는 시대가 됐다"며 "매서운 감시자인 동시에 사회를 함께 이끌어가는 동료가 돼 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진보 단체라서 정부와 가깝고 보수 단체라서 정부에 멀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말고 언제나 파트너라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시민사회라도 애정을 갖고 비판을 해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 "고용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성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일자리 늘어나는 것이 상당히 둔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비근로자 가구 소득이 낮아져서 오히려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 소득을 올려주는 등 긍정적 성과는 계속하면서 노동력에서 밀려나는 분들이 없도록 소득의 양극화가 해소되는 사회 안전망까지 제대로 구축하는 데 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소득 주도 성장의 기본 방향이 맞기 때문에 '폐기'보다는 재정(財政)이 더 소요되는 사회 안전망 구축으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말은 상당히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