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52시간 실시 '지킬 수 없는 법' 또 하나 늘었다

조선일보
입력 2019.04.02 03:18

주 52시간 근무제가 법 개정도 없이 실시에 들어갔다. 이제부터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면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현장에선 벌써부터 법 위반 사례가 쏟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도 기간 중이던 작년 하반기 3개월 동안에만 고용부 접수 위반 신고가 60여 건에 달했다. 어느 제약업체는 직원 고발로 고용부로부터 근로 감독을 받기도 했다. 민노총과 강성 노조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주 52시간을 둘러싼 갈등과 내부 고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건설노조 조사에서 조합원 63%는 주 52시간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현장 충격을 감안해 집중 단속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속하면 무더기로 걸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을 만들어 놓고 단속도 못 하는 그런 법을 왜 만들었나. 글로벌 경쟁 기업과 시간 싸움을 하며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IT 분야나 게임 산업,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업들은 업무의 성격 자체가 주 52시간 근무제와 맞지 않는다. 무엇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느냐를 둘러싼 현장 혼선도 여전하다. 노조 측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 52시간제 부작용을 보완하는 최소한의 법 개정안마저 여야 대립으로 국회에 막혀 있다. 제도 보완도 없이 지켜지기 힘든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무리하게 시행해 사업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2년 새 29%나 올려 지킬 수 없는 수준까지 간 최저임금 역시 현장에선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 최저임금 위반으로 사법처리된 사례가 이 정부 출범 전보다 38%나 늘었다. 작년 상반기 고용부 근로 감독으로 적발된 최저임금 위반 업체도 1년 전보다 44%나 많았다. 실제 위반 업체 숫자는 엄청날 것이다. 이 중에서 법을 지키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그 시급을 주나. 지킬 수 없는 법을 대중 인기용으로 만들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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