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뛰쳐나갔던 소년들… 2년만에 단체 마라톤 우승

입력 2019.04.01 03:00

서울체고, 코오롱 구간 마라톤 남·여 모두 정상에
집단 이탈했을 때, 전근 간 스승이 설득해 다시 뛰어

2017년 5월 어느 날 저녁. 똑같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까까머리를 한 앳된 얼굴의 고교 육상부 신입생 7명이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 막 도착했다. "이제 우리 어떡하지?" 한 친구가 물었지만 답이 나올 리 없었다. 훈련이 힘들다며 대책 없이 학교를 뛰쳐나온 참이었기 때문이다. 소년들은 일단 청계천을 걷기로 하고, 빗발치는 학교 관계자와 부모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서울체고 장동영(뒷줄 왼쪽에서 둘째) 감독과 선수단이 지난 30일 대회 폐막 후 경주 코오롱호텔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서울체고가 코오롱 구간 마라톤 대회 사상 네 번째로 남녀 고교부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는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배문고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고, 여자팀은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서울체고 장동영(뒷줄 왼쪽에서 둘째) 감독과 선수단이 지난 30일 대회 폐막 후 경주 코오롱호텔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김동환 기자
결국 2017년 초 다른 학교로 전근 간 옛 스승 장동영 감독까지 나섰다. 장 감독은 제자들의 일탈을 두고 볼 수 없어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고 카카오톡을 보냈다. 다음 날 장 감독은 찜질방에서 자고 나온 소년들을 만나 햄버거를 사줬다. 몸 관리에 좋지 않다며 생전 먹지 못하게 했던 햄버거를 입에 넣으면서 소년들은 경계를 풀었다. 장 감독은 "이 정도면 됐다. 이러면 안 된다"며 소년들을 타일러 학교로 돌려보냈다.

집단 이탈로 학교를 뒤집어놨던 그 소년들이 2년 뒤 경주에서 다시 한 번 사고를 쳤다. 이번엔 경사(慶事)였다. 서울체고 육상부 남자팀은 제35회 코오롱 구간 마라톤 대회(주최 조선일보·대한육상연맹·KBS·코오롱)에서 2시간16분54초로 정상에 올랐다. 2015년 이후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2017·2018년에 이어 대회 3연패(連覇)를 노렸던 배문고(2시간17분38초)를 40여 초 차이로 꺾었다.

제35회 코오롱 구간 마라톤 결과
경기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코오롱 구간 마라톤 고등부 경기는 경주 시내 마라톤 공인코스 42.195㎞를 6명이 나눠서 달린다. 서울체고는 2구간까지 49분05초로 4위였다. 1위 경북영동고(47분54초)보다 1분11초 뒤졌다. 4구간까지 1시간35분02초를 기록해 순위는 2위로 끌어올렸으나, 스퍼트를 시작한 1위 배문고(1시간33분42초)에 1분 20초 뒤졌다.

패색이 짙어졌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5구간에서 격차를 59초로 좁혔고, 6구간 탁인후(3학년)가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2시간 6분대에 막 진입할 무렵 선두로 치고 나가 나머지 10분여를 가장 앞에서 달렸다. 피니시 라인 근처 전광판을 통해 레이스를 지켜보던 서울체고 동문과 학부모들이 울먹거리며 부둥켜안았다.

2018년 다시 서울체고로 복귀해 선수들을 지도해 온 장 감독도 주먹을 휘두르며 기쁨을 표현했다. 장 감독은 겨우내 진도에서 상대팀에 따른 맞춤형 훈련을 하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보통 코오롱 구간 마라톤에선 에이스급 선수들이 2구간에 나선다. 그는 잘 뛰는 선수를 후반부에 배치해 마지막 구간에서 승부를 건다는 역전 시나리오를 그렸고,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서울체고는 여자팀도 여고부에서 2시간38분49초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충북체고(2시간43분33초)에 크게 앞섰다. 코오롱 구간 마라톤 대회에서 한 학교가 남녀 부문 동시 우승을 달성한 건 이번이 4번째다.

15㎞를 4명이 나눠 달리는 중등부 경기에선 배문중이 49분47초로 남중부 4회 연속 우승했다. 여중부 건대부중은 1시간00분00초로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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