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어디 가서 잘까?

입력 2019.04.01 03:00

[美 호텔, 혁신 몸부림]
에어비앤비가 몰고온 호텔 변화의 바람… 단순 숙박 아닌 이색 체험업체로 탈바꿈 중

뉴욕=오윤희 특파원
뉴욕=오윤희 특파원
날이 갈수록 무섭게 성장하는 공유 숙박업체 에어비앤비는 그러지 않아도 경쟁이 치열한 기존 호텔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서비스를 차별화하게 만드는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 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기존 호텔들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 에어비앤비는 작년 3분기에만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체키탄 데브 교수는 "에어비앤비라는 혁신적 기업이 호텔업계로 하여금 자신들의 가치 창출과 혁신의 방식에 대해 돌아보게 했다"면서 "현재 많은 호텔이 '만약 고객들이 아무 때고 체크인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만약 객실을 개별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서 인테리어를 하면 어떨까?' 같은 다양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데브 교수의 말처럼 미국 전역에 있는 호텔업계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숙박업'이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고객들에게 다른 곳에서 하기 힘든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가 호텔 맞나?…이색 체험 가능한 호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라이브러리 호텔'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묵어볼 만한 공간이다. 도서관을 콘셉트로 만든 이 호텔은 10개 객실 층에 '문학''역사''언어''예술''철학''기술' 등 주제별로 6000여 권의 책을 배치해 놓고 있다. 고객들은 취향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이 배치된 객실 층을 미리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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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숙박업체 에어비앤비의 급성장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 미국 호텔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해저 6m 지점에 있는 해양연구소 건물을 개조해 만든 '줄스 해저 오두막'은 숙박객들이 바닷속에서 각종 물고기를 보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왼쪽). '더 피바디' 호텔에선 오리 떼가 하루 두 번씩 로비에 있는 분수대에 입장했다 퇴장하는 '레드카펫' 행사를 볼 수 있다(가운데). '라이브러리 호텔'은 호텔 전체를 도서관 콘셉트로 꾸며, 숙박객이 객실이나 카페·레스토랑 어디서든 구비된 책을 읽을 수 있다(오른쪽). /오렌지스마일투어스·NBC·라이브러리호텔
설사 원하는 층을 예약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로비에 24시간 운영하는 카페 스타일의 '리딩 룸'에서는 갓 내린 커피와 차를 마시면서 구비된 책을 읽을 수 있고, 14층 루프톱에 마련된 아늑한 도서관 '작가의 둥지(writer's den)'에서는 맨해튼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보면서 글을 읽거나 쓸 수 있다.

아칸소주(州) 야생동물 보호 지역인 '터페틴 크릭' 안에 위치한 '터페틴 크릭 사파리 오두막'은 CNN이 선정한 '미국의 가장 특이한 호텔' 가운데 하나다. 오두막과 방갈로 형태로 만든 이 숙소에 머무르는 투숙객들은 호랑이, 사자, 표범, 곰 등 이곳에서 보호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구경하는 투어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실제로 보기 힘든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터페틴 크릭 사파리 오두막의 스콧 스미스 부사장은 "숙소가 동물 우리 근처에 있어서 밤이면 동물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 '야생 체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에어비앤비 연간 이용객 증가 추이
이런 맹수들은 부담스럽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테네시 멤피스에 있는 '더 피바디'를 고려해 볼 만하다. 되샛과(科)에 속하는 새인 '피바디'라는 이름처럼 이 호텔에선 펜트하우스에 사는 오리 떼가 오전 11시와 오후 5시 하루 두 차례씩 로비 한가운데 있는 분수대에 입장했다가 퇴장하는 '레드 카펫' 행사가 볼거리다. 호텔 측이 웹사이트에 밝힌 바에 따르면, 1930년대 이 호텔 지배인이었던 칩 바윅은 아칸소로 사냥을 갔다가 '잭 다니얼스' 위스키를 마시고 살짝 취한 상태에서 로비 분수대에 당시 사냥 유인용으로 썼던 오리를 풀어 놓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어 폭발적이었고, 그 후 이 전통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그런가 하면 보스턴 '리버티 호텔'은 감옥을 개조한 독특한 숙박 공간이다. 호텔의 전신(前身)은 '찰스 스트리 교도소'로,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X 같은 유명 인사가 이곳에서 복역했다. 지금은 럭셔리 호텔로 거듭났지만, 호텔 곳곳엔 감옥의 흔적이 남아 과거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교도소 독방이 위치한 공간이었던 레스토랑은 '클링크(clink·교도소)', 교도소의 식수(食水) 탱크가 있던 칵테일 바(bar)는 '알리바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그 밖에도 플로리다 키르라고 라군에 위치한 '줄스 해저 오두막'에선 숙박객들이 바다 밑에서 하룻밤을 자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해저 6m 해양 연구소 건물을 개조한 이곳에 입장하려면 스쿠버 다이빙을 해야 한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선 24시간 호텔에 대기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스쿠버 다이빙 교육도 시켜 준다. 물이 들어올 수 없도록 압축 공기가 꽉 들어찬 객실에는 42인치 TV와 냉장고 등이 구비돼 있고, 방문객들은 상어, 도미, 파랑비늘돔 등 각종 알록달록한 물고기를 보면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바다 밖에서 피자도 주문해 먹을 수 있다.

미국 아칸소주(州)에 있는 '터페틴 크릭 사파리 오두막'에선 투숙객들이 호랑이·사자·표범 등 야생동물을 구경하며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미국 아칸소주(州)에 있는 '터페틴 크릭 사파리 오두막'에선 투숙객들이 호랑이·사자·표범 등 야생동물을 구경하며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유튜브
'세계의 독특한 호텔들'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스티브 돕슨은 "유명 호텔 체인이 대부분 평균적이고 비슷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이런 특이한 숙소는 여행객들이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호텔 가격 책정도 내 맘대로

고객들에게 호텔 숙박비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호텔도 있다. 작년 6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오픈한 SCP 호텔은 투숙객들이 체크 아웃을 할 때 룸이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호텔이 책정해 놓은 가격보다 적은 돈을 낼 수 있다. 암벽 타기, 요가, 필라테스 등을 할 수 있는 체육관에 소박한 시골풍의 정취가 나는 174개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의 1박 가격은 약 100~200달러(약 11만~22만원 선). 하지만 어디까지나 호텔이 임의로 책정해 놓은 가격일 뿐, 소음 등으로 인해 고객이 만족스럽다고 느끼지 않을 경우엔 고객의 요구에 따라 더 낮은 가격을 낼 수 있다.

SCP 호텔 켄 크루즈는 "'고객이 정하는 호텔 이용료' 정책이 부당하게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일 없이 잘 운영되고 있고 고객들의 피드백에 따라 호텔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이상 불편하고 위험하지 않다… '아파트형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 이용객 가운데 상당수는 집주인이 올려놓은 아늑하고 쾌적한 집 사진과 동영상 등을 보고 혹해서 예약을 했다가 실제로는 지저분하고 불편한 숙소 때문에 실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행여 사고를 당할까 봐 에어비앤비 이용을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불만을 가진 손님들을 겨냥해 요즘엔 호텔식 관리 방식과 에어비앤비식 숙박 공유를 결합한 '아파트 호텔'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 등장한 아파트 호텔은 업체가 직접 빈집을 임차한 뒤 호텔처럼 쾌적하게 꾸며서 고객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다.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업체는 '바카사(Vacasa)'다. 이미 미 전역에 1만여개 숙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억750만달러(약 3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손더(Sonder)'와 '턴키(Turnkey)'도 약 1억달러(약 1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최근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아파트 호텔 사업 업체는 뉴욕에 기반을 둔 '도미오(Domio)'다. '시리즈 A 투자(스타트업 초기 투자)'로 1200만달러(약 135억원)를 조달하는 등 현재까지 6700만달러(약 753억원)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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