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NASA는 ‘괴짜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회사 ‘스페이스X’와 손잡고 유인 로켓 발사 실험을 했습니다. 탐험대원 2호인 이인표 학생이 다녀온 발사 현장의 뒷얘기를 소개합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로켓 발사는 '축제', 우주는 '희망'과 '꿈'의 공간이었다.
미국의 민간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가 유인 캡슐 '크루 드래곤(crew dragon)'을 탑재한 팰컨9 로켓을 발사한 지난 2일 오전 2시49분(현지 시각). 39A 발사대에서 약 6㎞ 떨어진 플로리다주(州) 케네디우주센터 내 '아폴로·새턴 5호 빌딩' 앞에선 미 전역에서 모인 3000여명이 손에 휴대폰을 들고 숨죽인 채 강 건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발사 2분46초 후 "2단계 엔진 분리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스페이스X 소속 엔지니어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자 청중은 약 5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달 초 NASA가 스페이스X를 통해 발사한 시험 유인우주선을 보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 모인 인파.

‘크루 드래곤’의 발사를 앞두고 만난 현지인들은 민간발(發) 우주혁명이 다시 시작된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이번 발사를 앞두고 ‘열기를 느껴라(Feel the Heat)’ ‘재미를 느껴라(Feel the Fun)’고 이름 지은 2종의 관람 행사를 기획했다. 1인당 최대 200달러(약 22만원)가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몰려 발사 6시간 전부터 정문 앞에 1.5㎞ 길이의 줄이 들어섰다. 어깨엔 배낭과 캠핑용 1인 의자가 매여 있었고, 손에는 샌드위치·돗자리·벌레약 같은 물건이 들려 있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엔 ‘런치아메리카(LaunchAmerica)’란 해시태그(#)를 단 응원 게시물들이 수천개 올라왔다. 사람들은 "우주 탐사가 주는 환희와 기쁨을 미국이 잠시 잊고 있었다. 지구는 너무 좁고, 답은 우주에 있다"고 했다.

나사측이 39A 발사대에서 6㎞ 떨어진 ‘바나나 크릭 전망대(Banana Creek Launch Viewing)’에 3000석 규모로 마련한 특설무대는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로켓 발사 순간을 포착해 사진으로 남기려는 100여명은 강변을 따라 촬영용 삼각대를 세워 놓고 ‘포토라인’을 형성했다. 무대 가장 앞엔 대형 디지털 시계가 설치돼 초 단위로 남은 시간을 표기했다.

‘크루(crew)’라 불리는 나사 직원 200여명이 지루해질 틈 없이 음료와 음식을 내왔고, 중간엔 디제이(DJ)까지 등장해 분위기를 북돋았다. 직원 루시(25)는 "연장 근무 때문에 밤을 새야하지만, 나사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가장 뜨겁게 ‘불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축제는 모든 세대를 아우렀다. 스캇(62)씨는 5살짜리 손녀와 10살짜리 손자 둘의 손을 잡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50년전 TV에서 버즈 올드린과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디딘 순간이 생각난다"고 했다. 마침 올해는 인간이 달에 착륙한지 50년이 되는 해다. 이날 크루 드래곤이 날아간 39A 발사대에선 미국의 아폴로 달 탐사에 쓰인 ‘새턴 5호’가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11차례 우주로 발사됐다. 그는 "머잖아 인류는 지구 밖에서 살게 될텐데, 내 손주들에겐 오늘이 인생의 결정적 장면(defining moment)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 NASA가 스페이스X를 통해 발사한 시험 유인우주선. 휴대폰으로 찍은 버전.

나사는 그동안 ISS(국제우주정거장)에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를 유인 캡슐 개발을 목표로 지난 2014년부터 스페이스X와 보잉에 68억달러(약 8조원)를 투입했다. 스페이스X는 최종 리허설 성격의 이번 발사에서 캡슐 안에 마네킹 ‘리플리’와 무게 180㎏ 화물만을 태웠지만, 이르면 올해 여름 우주인 2명을 보낸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8년만에 미국의 토양에서, 미국의 로켓으로, 미국 사람을 우주에 보내게됐다"며 "미국이 다시 우주에서 리드한다"고 했다.

사진기자가 찍은 스페이스X 발사 사진. 확실히 다르다!
사진기자가 찍은 스페이스X 발사 사진. 확실히 다르다!